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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선반영" vs "역대급 업황 둔화"…삼성전자 주가 바닥 찍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모처럼 기지개를 켜던 삼성전자 주가가 3분기 어닝 쇼크(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에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 "악재가 이미 다 반영됐다"는 시각과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나쁘다"는 평가가 엇갈리면서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0.18% 내린 5만6200원으로 약보합세를 나타내며 장을 마감했다. 5거래일 만의 하락 전환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0.71% 하락한 5만5900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5만5200원(-1.59%)까지 떨어졌다가 하락 폭을 좁혔다. 오후 들어서는 5만6900원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1% 이상 오르기도 했다가 다시 하락하며 전일 종가(5만6300원) 부근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186억원, 614억원 어치 '팔자'에 나선 가운데 외국인 83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앞서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7%가량 올랐다. 9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팔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매수세로 전환하면서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 삼성전자를 1조8575억원 어치 순매도하며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팔았다. 하지만 이달엔 삼성전자를 5742억원 어치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장 종목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는 이날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1.7% 감소했다. 3년 만의 역성장(전년 동기 대비)이다.

이는 이미 눈높이가 낮아진 증권가 컨센서스도 하회하며 어닝 쇼크를 불러왔다. 증권가는 3개월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16조원 안팎으로 전망했다가, 최근 11조~12조원 수준으로 전망치를 낮춘 바 있다.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 업황 둔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영업이익은 4조4000억원으로 전분기(9조1000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 분기 대비 D램 출하량이 16%, 낸드 출하량이 8% 감소하는 동시에 판가도 각각 22%, 24%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이 증권가 예상보다 더 안 좋았던 것 같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업황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업황 둔화 속도가 역대급으로 빠르다"며 "경기 선행지표들이 상승 전환해야 추세적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를 불러온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다. 경기가 내려앉으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해 이는 반도체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3년간 지속된 반도체 상승 사이클 탓에 재고는 역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여기에 하반기를 기점으로 재택근무가 해제되며 '코로나19 특수 반도체 수요'가 사라진 것도 수요 둔화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런 탓에 올해 메모리 가격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락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D램과 낸드 부문에서의 평균판매단가(ASP)는 평균 20%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요가 급감하며 국내 반도체 수출액도 줄었다.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11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하며 올해 들어 첫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반도체 업황 둔화는 기업들의 주가에도 반영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27.8% 하락하며 2020년 7월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올 한해 30.5% 내려갔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내년 1분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을 9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업계 전반의 재고 수준이 과도한 반면 스마트폰·PC·TV 수요 부진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약보합세로 마무리되며 주가가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고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원·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D램의 경쟁력은 판가 상승과 생산 확대에 의존하기보다는 원가 구조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원가절감 폭이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D램 원가 경쟁력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김선우 연구원도 "선두 업체로서 경쟁사와의 원가 격차가 증명되고 있다"며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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