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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무한 재사용…잉어 양식장 물로 상추 재배, 비료도 안 쓴다

중앙일보

입력

웰팜이에이씨 관계자가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개발한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충주시

웰팜이에이씨 관계자가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개발한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충주시

양식장 물 무한정 재사용 “환경오염 줄여” 

농장 한 곳에서 물고기와 채소를 동시에 키우는 이색 농법이 연구 중이다.

10일 충북 충주시에 따르면 시 농업기술센터는 농업회사법인 웰팜이에이씨와 함께 지난 3월부터 물고기 양식과 수경 재배를 융합한 ‘아쿠아포닉스(Apuaponics)’ 농법을 개발해 쌈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을 의미하는 아쿠아컬처(Aquaculture)와 수경 재배를 의미하는 하이드로포닉스(Hydroponics)의 합성어다. 물고기 양식으로 혼탁해진 물을 버리지 않고, 식물을 재배하는 데 다시 쓰는 친환경 농법을 뜻한다.

통상 양식장에서는 어류 배설물 등 유기물이 독소로 작용해 물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은 물을 재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양식장과 비교해 물 소비량이 90% 정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험 연구에 참여한 웰팜이에이씨는 5t 규모의 수조 3개와 여과기, 수경 재배지 12개를 갖췄다. 수조에는 향어와 잉어를 기른다. 수경 재배지에서는 로메인 상추, 버터헤드 상추, 그린글레이스 상추 등 6종류 쌈채소 키운다.

아쿠아포닉스 개요도. 사진 웰팜이에이씨

아쿠아포닉스 개요도. 사진 웰팜이에이씨

식물이 질산 흡수해 물 정화…분당 70L 순환 

박병수 웰팜이에이씨 대표는 “아쿠아포닉스는 양식장이 많은 미국 콜로라도강에서 하천 부영양화를 막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 양식장은 물고기가 배출하는 배설물로 인해 암모니아 농도가 높아지는 데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적용하면 재처리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정화된 물을 수조에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농장의 순환농업시스템 원리는 50t 규모의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킨다는 데 있다. 수조에 있는 물은 사료와 물고기 배설물로 인해 유기물 함량이 높아진다. 이 물이 여과지로 이동하면 천연미생물이 암모니아를 분해, 질산염과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게 된다. 재배지에 있는 식물은 여과지에서 내려온 물에서 질산염 등을 흡수하고, 깨끗한 물로 정화한다. 분당 70L 정도 물이 24시간 순환하고 있다.

식물 재배지에서 나온 물을 물고기 양식장에 넣어줘야 해서 채소에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다. 신영미 충주시 원예특작팀장은 “수경 재배는 한번 수확할 때마다 토양에 있는 독성을 빼내기 위해 2달간 휴경기를 갖는다”며 “아쿠아포닉스는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채소를 기르기 때문에 휴경기 없이 연중 재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충주시 쌈채소 농가는 겨울철 하우스 난방을 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수막 난방’을 이용한다고 한다. 신 팀장은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하수를 난방용으로 쓰는 것에 대해 농가들도 걱정했다”며 “환경을 보존하고 농가 소득도 높일 수 있는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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