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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원 후불 수업료…코딩학원 "왜 안내나" 수강생 "못낸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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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명 코딩교육업체가 예전 수강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비를 후불 납부하기로 계약했는데, 수강생이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이 정보기술(IT) 업계에 알려지면서 해당 업체의 교육 시스템에 반발한 수강생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개발자 채용 열풍에 코딩교육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개발자 채용 열풍에 코딩교육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중앙포토

코딩교육업체와 전 수강생 사이 소송 벌어져

코딩교육업체 코드스테이츠는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전 교육생 이모(26)씨를 상대로 1500만원과 손해지연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액청구 심판소송을 제기했다. 이씨가 취업 후 세전 월 소득 금액의 17%를 2년간 내는 교육비 후불 지급에 관한 계약을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으니 신의성실원칙을 위반했다는 게 골자다.

군대 제대 후 취업준비생이던 이씨는 2020년 하반기 코드스테이츠에서 6개월간 후불제 교육을 받고, 같은 해 12월 앱 개발자로 IT업체에 취업했다. 이씨는 “불만족스러운 교육의 질보다 수강료가 과도했다”며 “대부분 온라인 강의로 진행돼 방치당한 데다, 경험 있는 개발자가 아닌 이전 기수 수료생이 나와서 가르칠 때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앱 개발자로 취업한 것도 업체의 강의 때문이 아니라 따로 독학해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런 강의면 150만원 정도만 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업체 측에 제안했는데 거부당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500만원이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보고,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코드스테이츠 측은 “교육 종료 이후 이씨에게 취업 여부 확인을 위한 서류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이씨가 서류를 보내지도 않아 두 차례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1500만원은 계약 해지 때문에 청구된 금액으로, 강의료 및 소득공유 금액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강의가 진행되던 당시 여러 번 만족한다는 평가도 남겼고, 중도하차 의지도 없었으며, 코드스테이츠에 입사 지원까지 했다”며 “수료생 출신 인턴이 한 강의는 전체 강의 중 22%에 그쳤고, 그마저도 기초나 문제풀이와 같이 전체 강의 수준에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들 위주였다”고 해명했다.

“취업하면 나중에 내세요” 도마 위에 오른 후불제 교육

코딩교육업체 코드스테이츠는 후불제 교육 프로그램인 '위윈'을 2016년 12월부터 운영했다. 홈페이지 캡처.

코딩교육업체 코드스테이츠는 후불제 교육 프로그램인 '위윈'을 2016년 12월부터 운영했다. 홈페이지 캡처.

문제가 된 교육비 후불 지급 계약은 코드스테이츠가 운영하던 ‘소득공유(ISA‧Income Share Agreement)’라는 제도다. 당장 돈이 없어도 강의를 듣고 취업하면 수업료를 내라는 취지다. 해당 제도는 미국의 코딩교육 스타트업 람다스쿨이 처음 시작했으며 코드스테이츠가  2016년 12월부터 국내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소득공유 제도에 따르면 6개월 수업을 돈을 내지 않고 듣는 대신 연 소득 3000만원(월 250만원) 이상을 받고 취업할 경우 2년간 세전 월 소득의 17%를 낸다. 취업을 못 했거나 소득이 250만원 이하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선불 수강료는 890만원이지만, 후불이면 최소 102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까지 낸다. 중도에 하차하면 위약금을 지불한다.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관두면 89만원, 개시 3주 뒤 그만두면 178만원, 5주 뒤에 관두면 수강 기간 비율에 따라 소득 일부를 납부하는 조건 등이다.

취업한 이씨가 돈을 내지 않는 상황이지만, 일부 교육 수료생의 비난은 코드스테이츠를 향하고 있다. 이들은 이씨의 주장대로 높은 교육비용에 걸맞지 않은 교육이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이씨의 소송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 채팅방에서는 집단소송이 논의되고 있다. 코드스테이츠 관계자는 "전체 강의의 64%가 7년차, 12년차 시니어 개발자 출신에 의해 제공됐다"며 "강의 수준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이례적이라고 본다. 후불제 교육 서비스가 국내엔 최근에 도입된 제도인 데다, 서비스의 품질을 문제 삼아 수강료 납부를 거절한 유사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육 비용이 많이 드는 수준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후불에 분할 납부인 점을 고려하면 아주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면서 “개발자 채용이 늘어나고 이에 맞춰 코딩 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통상 코딩 교육 수강료는 월 100만~300만원 정도로 천차만별인 상황이라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수강생들이 주장하는 ‘낮은 강의의 질’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본다. 이수진 법무법인 정솔 변호사는 “소비자가 계약 내용의 의미를 혼동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지를 약관규제법을 토대로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며 “계약 당시 제공하기로 한 교육 서비스가 완전히 이행되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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