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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선 금연입니다”…폭발한 ‘푸틴 다리’ 조롱거리 됐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푸틴의 자부심’ ‘푸틴의 다리’로 불려온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70세 생일 다음날 일부 붕괴되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소셜미디어 등에 각종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2차 창작물)을 퍼뜨리며 푸틴 조롱에 나섰다고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철도당국인 우크르잘리즈니짜(Ukrzaliznytsia)가 트위터에 올린 크림대교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철도당국인 우크르잘리즈니짜(Ukrzaliznytsia)가 트위터에 올린 크림대교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에게 크림대교는 여러모로 눈엣가시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직접 연결하는 유일한 교량으로, 개전 이후 러시아의 주요 군사 보급로로 활용됐다. 크림반도뿐 아니라 러시아 남부 전선에서 전투 중인 러시아군에게 필요한 식량과 장비·탄약 등이 크림대교를 통해 공급된다.

지난 2014년 러시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직후 우크라이나의 동의 없이 착공한 다리기도 하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불법 수탈과 점령을 고착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고, 유럽연합(EU) 역시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통합에 대한 러시아의 또 다른 침해”라고 지적했다.

크림대교의 일부가 불에 타고 파괴되자, 우크라이나는 정부 당국까지 나서 ‘푸틴 조롱’ 게시물을 올리는 데 열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철도 당국인 우크르잘리즈니짜(Ukrzaliznytsia)는 8일 화염에 휩싸인 열차가 크림대교를 지나는 사진을 올린 뒤, “철도 당국에서 알립니다. 열차 내에선 흡연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삽입했다. 열차에서 나오는 연기가 담배 연기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우정사업본부가 공개한 크림대교 관련 우표 디자인. 사진 우크라이나 우정사업본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우정사업본부가 공개한 크림대교 관련 우표 디자인. 사진 우크라이나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무너진 크림대교의 모습에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우표 도안을 공개했다. 남녀 주인공이 타이타닉호의 뱃머리에 올라 두 팔을 벌리고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을, 무너진 크림대교 위에서 재현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듯한 다리 끝에 선 주인공들의 위태로운 모습과 함께 ‘그날이 왔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도 넣었다.

우정사업본부는 푸틴과 러시아의 운명을 조롱하는 이 우표에 대한 사전주문을 받는 중이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러시아 해군의 항복 요구에 욕설로 응수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호응을 얻은 즈미니섬(뱀섬) 국경경비대원을 기념하는 우표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트위터에는 ‘푸틴 생일 축하한다’는 문구에 합성된 각종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미국 HBO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용이 크림대교 위 열차에 불을 뿜는 사진,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대표작 ‘절규’에 푸틴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등이 인기를 끌었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크림대교가 폭발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대형 시각물 앞에서 남녀가 키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크림대교가 폭발하는 장면을 형상화한 대형 시각물 앞에서 남녀가 키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NYT는 “‘밈’은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용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해왔으며, 모금 수단으로도 활용되어왔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의 배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민간시설이 파괴된 것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의 반응은 테러주의자인 그들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강경파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중이다.

한편 크림대교는 길이 약 19㎞로 유럽에서 가장 긴 교량이다. 러시아 정부는 건설비로 70억 달러(약 10조원)를 들였다. 과거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크림대교 개통식에서 “제정 러시아 시대 이래 러시아의 꿈이 드디어 이뤄졌다”며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너 ‘푸틴의 다리’라는 상징성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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