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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아픈데"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다…'지독한 감기'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오전 서울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독감 예방접종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뉴시스

5일 오전 서울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독감 예방접종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뉴시스

직장인 전모(37ㆍ서울 송파구)씨는 "지난달 말 온 가족이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고 말했다. 전씨 가족을 괴롭힌 바이러스는 코로나19도 인플루엔자(독감)도 아니었다. 전씨는 "온몸이 맞은 듯 아프고 고열과 가래 기침이 심했다"라며 "처음엔 코로나19를 의심해 몇 차례 검사했는데도 음성이었고, 독감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유치원생인 전씨의 아들(5)은 폐렴 증상까지 나타나 5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을 앓게 한 건 급성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키는 메타뉴모바이러스였다.

독감 의심환자 2014년 이후 최다치, 바이러스 검출률은 0.75% #메타뉴모ㆍRSV등 급성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가 75.1% 차지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일상회복이 이뤄지면서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질병관리청의 독감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40주(9월25일~10월1일) 독감 의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7.1명으로 집계됐다. 독감 표본 감시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동네 의원을 찾은 환자 1000명 중 7명꼴로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 등 독감 의심 증상을 보였다는 의미다. 보통 9월 말~10월 초 1000명당 독감 의사 환자 수는 3~4명 수준이다. 한겨울이 돼야 7명대를 넘어선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2021년 1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올가을에는 예년보다 더 늘었다.

독감 의사환자는 영유아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1~6세 연령대에서 1000명당 12.1명을 기록했다. 한 주 전 7.9명에서 52.2%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19~49세가 9.1명으로 평균보다 많고, 0세(3.5명), 7~12세(5.2명), 13~18세(6명), 50~54세(3.9명). 65세 이상(3명)은 적은 편이었다.

독감 의사환자가 늘어난 데 비해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은 미미하다. 지난주 표본 감시에서 독감 의심환자의 호흡기 검체 265건을 분석한 결과 독감 양성은 2건(0.75%)에 불과했다. 반면 급성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는 총 199건(75.1%) 검출됐다. 이 중 메타뉴모바이러스(34.7%)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ㆍ18.5%)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곽진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독감 의사환자로 집계하는데,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 환자들이 여기에 함께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과장은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줄었고 바이러스 노출이 적었지만, 일상회복을 하면서 호흡기 감염증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외에 메타뉴모, RSV 등으로 인한 중증 환자 입원도 늘고 있다”면서 “올해엔 이렇게 다양한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이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저질환, 연령에 따라 접종 예방효과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유행이 빨리 시작된 만큼 독감 접종을 빨리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질병청 곽진 과장은 “독감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손씻기와 기침 예절 등 개인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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