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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노조와의 전쟁’ 승리 선언?…떠나는 슐츠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지난 2019년 1월 31일 북콘서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지난 2019년 1월 31일 북콘서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69)는 지난 4월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면서 “스타벅스를 노동조합이 있는 커피 대기업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슐츠는 “돈을 벌겠다는 욕망보다 노조에 대한 혐오가 훨씬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조 반대론자다. 그런 그가 지난달 ‘노조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그의 행보를 집중 조명했다.

슐츠는 1980년대 스타벅스에 합류해 11개에 불과했던 매장을 77개국 2만8000여개까지 늘린 주역이다. 2000년 CEO직에서 물러났던 그는 8년 뒤 금융위기로 실적이 악화하자 구원투수로 등판해 2017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그런 그가 다시 복귀한 건 노조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뉴욕주 버펄로시 매장에서 스타벅스 최초의 노조가 출범하면서다. 그는 사실 그 전 가을 ‘무직’ 상태로 이곳을 두 번이나 찾았다. 슐츠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매장 내 고장 난 기기 방치 등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이야기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노조 없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달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했지만, 노조 출범을 막지는 못했다.

노조 설립 막으려 ‘임시’ CEO 복귀

2016년 12월 7일 뉴욕 맨하탄에서 투자설명회를 하고 있는 하워드 슐츠.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12월 7일 뉴욕 맨하탄에서 투자설명회를 하고 있는 하워드 슐츠.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회사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가감 없이 듣겠다”며 전국 매장 방문을 시작했다. 그는 장비 고장, 인력 및 교육 부족, 공급망 문제 등 직원들의 토로를 듣고 “우리 파트너들의 불만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까지 방문한 매장은 200곳이 넘는다. 그 사이 노조는 세력을 급격히 키웠다. 슐츠가 복귀한 첫 달, 전국 9000개 중 65개였던 노조 가입 투표를 요청한 매장은 3개월 후 225개로 늘었다. “탐욕스러운 억만장자”라는 슐츠를 향한 공격도 격해졌다.

그는 지난달 시애틀 본사에서 스타벅스 본사에서 200명 넘는 경영진과 투자자들을 상대로 ‘재창조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매년 25억∼30억 달러(약 3조5800억∼4조3000억원)를 투자해 기술 개발과 매장 혁신을 하기로 했다. 2주 앞서선 영국 생활용품 기업인 레킷벤키저의 락스만 나라시만(55) CEO 선임을 발표했다. WP는 이날 발표를 “CEO로서 슐츠의 마지막 공개 활동”이라고 했다. 이달 스타벅스에 합류한 나라시만은 당분간 슐츠와 일하다 내년 4월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슐츠가 노조를 그렇게 싫어했던 이유는 “그가 일생 일군 것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슐츠는 90년대 초 직원을 비롯한 아르바이트생에게까지 건강보험과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회사의 성공은 직원들에게 달린 만큼 그들을 ‘파트너’로 부르도록 했다. 학자금 대출을 줄이기 위해 애리조나 주립대학과 협력해 모든 직원에게 온라인 학위 과정도 무료로 제공했다. 슐츠가 “우리는 배가 아닌 영혼을 채우는 사업을 한다”고 주창하는 이유다.

아버지가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  

스타벅스 임시 CEO인 하워드 슐츠(왼쪽)가 지난달 13일 시애틀 본사에서 열린 스타벅스 투자설명회에서 신임 CEO 락스만 나라시만과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타벅스 임시 CEO인 하워드 슐츠(왼쪽)가 지난달 13일 시애틀 본사에서 열린 스타벅스 투자설명회에서 신임 CEO 락스만 나라시만과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트럭 운전기사였던 아버지가 고용주에게서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지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슐츠는 유대인 부모님과 함께 공공임대주택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그는 “직원들이 직업에서 의미를 찾고 아버지가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92년부터 190개월 연속 급격한 성장률을 기록했고 미국 165개 지역에서 전 세계 1만5000개 지역으로 매장을 늘렸다.

슐츠가 나라시만 선임을 발표한 그 시각 무대 밖에선 스타벅스 노조원들이 다른 노조와 함께 행진하면서 “터무니없는 건 빈곤 임금”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일부 노조원들은 슐츠의 얼굴에 ‘현상수배’(wanted) 손팻말을 들고 노조와의 협상을 촉구했다. 슐츠는 이에 대해 인터뷰에서 “그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과 세상에 화가 났다.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일을 할 책임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슐츠의 ‘재창조 계획’을 두고 “노조에 굴복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WP는 “CEO로 복귀한 후 처음으로 슐츠는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현재 스타벅스의 직원 수는 코로나19 전 수준을 회복했고 노조 가입 투표를 신청한 매장 수는 10개로 줄었다. 슐츠는 이날 발표를 마치고 직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스타벅스에서 40년간 결정적 순간들을 경험한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오늘도 확실히 그런 날입니다. 바로 회사의 영혼으로 돌아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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