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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은 유방암 위험? 유방통은 유방암 전조? 몇개 틀렸을까요 [건강한 우리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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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유방암 바로 알기

최근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나왔다. 한 보험사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보험금을 지급한 300만여 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암 중 가장 많은 사례가 유방암이라는 것이다. 유방암은 암 중 26%로 갑상샘암(22.5%)보다도 많았다. 단편적인 자료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18만6855명이었던 유방암 환자 수는 2021년 25만2929명으로 4년간 35%나 증가했다. 유방암 예방의 달(10월)을 맞아 유방암과 관련된 대표적인 오해에 대해 짚어봤다.

유방재건술 보형물 부작용 많다?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로 가슴을 절제하게 되면 환자는 변한 모습에 상실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수술 환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가슴의 모습을 만드는 유방재건술을 받는다. 근데 이때 사용되는 보형물 중에 특정 회사 제품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병 위험성을 높인다는 논란이 있었다. 실제 미 식품의약국(FDA)도 이 거친 표면의 유방 보형물에 대해 “유방 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발병률이 6배가량 높다”고 밝히고 자진 회수 조치했다. 이에 대한성형외과학회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 정확한 원인과 빈도를 알 순 없지만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며 “거친 표면의 보형물을 가진 환자에게서 발생하기 때문에 거친 표면에 의한 만성 염증이나 감염 등이 발병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해당 타입의 제품이 사용되지 않는 만큼 관련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유방재건술을 받으면 유방암이 생길 위험이 커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환자가 있지만 연관성은 없다. 유방재건술은 유방암 재발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는 데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유전자 변이 확인되면 예방적 치료?

유방암과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자는 BRCA1·BRCA2 유전자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을 절제하게 된 것도 모계로부터 물려받은 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졸리는 양쪽 가슴과 난소까지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에는 과한 조치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들 유전자 변이의 종류에 따라 유방암 위험이 조금 달라지는데,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80%, BRCA2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50% 정도로 본다. 전에는 유전자 변이가 있어도 주기적으로 검사하다가 암이 생기면 수술을 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암이 없어도 예방적 차원에서 절제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더구나 유전자 변이가 있을 경우 암이 생겨 한쪽을 수술해도 반대쪽 가슴에 또 암이 생길 확률이 50%나 된다. 그래서 한쪽 유방암을 수술할 때 반대쪽도 함께 예방적으로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유방암뿐 아니라 췌장암·난소암 발생률(30~50%)도 높아진다. 심지어 남자도 유방암·전립샘암이 생기기 쉽다. 예방적 치료가 헛되지 않은 이유다.

임신 중엔 항암 치료 불가능?

유방암 진단 자체도 그렇지만 만약 임신 중에 진단을 받으면 더욱 당황스럽다. 항암 치료가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 중에는 항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임신 주기별로 다르다. 임신 기간을

3기로 나눌 때 1기(3~12주) 때는 항암 치료가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 잘못하면 기형이 생기거나 태아가 사망할 수 있다. 임신 2기(13~28주) 때는 1기 때보다는 위험도가 줄어 경우에 따라 치료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안전한 것은 임신 3기(29주~)다. 최소한 3기는 수술이나 항암 치료 모두 가능하다. 단, 이때는 독한 항암제보다 태아에게 안전한 항암제부터 쓴다. 예전에는 제왕절개로 가급적 출산을 앞당겨 ‘선 출산, 후 치료’가 원칙이었으나 이제는 임신 3기부터는 임신 중에도 안전한 항암제 위주로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게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방통은 유방암의 위험신호?

전혀 상관이 없다. 유방의 통증이나 불편감은 여성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생리 주기나 몸의 컨디션에 따라 불편감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간혹 ‘유방통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유방암이었다’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유방통으로 걱정되는 마음에 검사를 받았다가 우연히 유방암을 발견한 경우로 봐야 한다. 다만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으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평소에는 유방암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유방 부위의 피부가 뻘겋게 변하고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면 반드시 유방암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유방암에 콩 단백질 안 좋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콩으로 만든 식품이나 유제품을 먹으면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속설에 불과하다. 콩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콩 단백질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유방암 발병 위험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콩을 추가로 섭취한 여성의 유방암 위험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두부·두유·비지 등 콩으로 만든 제품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


도움말=정승필 고려대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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