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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 몰락 가속화] 성공한 지역대학 파격 지원, 선택과 집중해야 모두 살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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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호 11면

SPECIAL REPORT

2018년 2월 폐교한 남원 서남대학교 정문. 전국 지방대학들은 심각한 학생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대학 스스로가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악화됐다. 윤혜인 기자

2018년 2월 폐교한 남원 서남대학교 정문. 전국 지방대학들은 심각한 학생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대학 스스로가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악화됐다. 윤혜인 기자

새롭게 학기가 시작되는 대학에는 활기가 넘치기 마련이다. 교정은 강의를 듣기 위해 바쁘게 이동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건물 복도도 학생들의 이야기 소리로 조용할 틈이 없다. 그렇지만 이런 풍경도 지역대학에서는 곧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대학 정원 대비 신입생이 얼마나 채워졌나를 보여주는 신입생 충원율 지표에서 지난해 이미 3만명 이상 모자랐다. 이 가운데 약 75% 정도가 지역대학 몫이었다. 신입생 미충원이 끝은 아니다. 학기 초 출석부를 채웠던 학생 가운데는 반수를 위해, 수도권 대학 편입을 위해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비율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이러한 재학생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자퇴 전 교수들의 상담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헛수고에 가깝다. 이러한 재학생의 이탈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재학생 충원율’이라는 지표로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반영되어 지역대학을 다시 옥죄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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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역대학의 위기는 사실상 지역대학이 통제할 수 없다는 변수가 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국가 경제력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가속화됐다. 2004년 만 15세~19세 인구의 수도권 유입 비율이 약 6.7%였으나 2014년에는 36.8%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위기감으로 당시 박근혜 정부는 지방대학육성법을 제정하고 지역대학 지원을 위한 종합계획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질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정책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서는 수도권과 세종을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20대 인구 순 유출이 일어났다. 즉 서울·인천·경기·세종을 제외한 시·도의 20대들이 지역에 정주하기보다 수도권과 세종으로 이동한 인구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더더군다나 2020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의 인구가 나머지 지역의 전체 인구를 추월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젊은 인구의 대다수가 수도권으로 향했거나 향하려고 있는 이러한 추세는 분명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비수도권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지역대학의 소멸을 부채질할 것이며, 대학이 사라진 지역의 경제 역시 쇠퇴가 불가피할 것이다. 반대로 수도권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국가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다. 과연 해법은 없는 것일까.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이제는 지방대학시대’ 라는 것이 있다. 분명 시의적절한 국정과제이다. 그러나 국정과제의 진정성과 실천 의지는 과거와는 다른 수준의 예산 배분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지역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할 거점국립대학의 경쟁력과 수준을 높이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으로 수도권으로 향하던 인재들의 발걸음을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 또 특성화와 쇄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지방 사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고등교육에 대한 공적 지원 수준이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다.

재정 지원 수준의 파격적인 향상과 함께 재정 지원의 방식도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별도의 기금이나 특별회계를 신설하여 중장기적이고 탄력적인 재원 투입의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은 5년 뒤, 10년 뒤를 고려한 대학의 발전 방안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여타 부처에서 분산 지원되어 뿌려지고 있는 재원을 지방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교육부 장관의 부총리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역 발전을 위한 지역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사업은 칸막이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제대로 발생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과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

또한 지역의 대학을 졸업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고, 수도권보다 더 나은 정주 여건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의 산업 정책과 혁신 정책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을 육성하고 대학은 이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며, 국가는 재정과 제도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업과 혁신에 성공한 지방은 활력을 되찾을 것이고, 지역대학 역시 회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같이 획일적으로 모든 시도에 똑같이 재원을 배분할 필요도 없다. 혁신과 성공 의지가 높은 지자체와 지역 대학에 패키지로 재정을 지원하여 성공 모델을 1~2개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정된 재원을 고려할 때 오히려 형평성에 따라 재정지원을 쪼갠다면 재정 투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성공 모델을 만든다면 다른 지자체들도 이를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를 타개하여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김영록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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