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방대학 몰락 가속화] 교수·학생 떠나고 곳간 비어…벼랑 끝 지방대 몰락 가속화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08호 01면

SPECIAL REPORT

지방대 몰락 가속화

지방대 몰락 가속화

남에서 북으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말도 옛말이다. 일부 지역 사립대학의 문제였던 대학 붕괴는 지역 최상위권 대학인 지역 거점 국립대학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대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배울 게 없다”고, 교수들은 “연구보다 신입생 모집에 매달리니, 내가 교수냐”며 떠난다. 목표는 ‘인(in) 서울’이다.

관련기사

종로학원의 대학정보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거점 국립대학교의 중도탈락 비율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증가해 평균 4.3%를 기록했다.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증가율이 0.3%포인트임을 고려하면 지역 거점 국립대학의 중도탈락 학생 증가율은 2배 이상 늘어났다. 지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지역 거점 국립대학도 중도탈락 신입생이 10명 중 1명일 정도로 비수도권대학은 총제적 난국이다.

지역대학 입학을 꿈꿨던 수험생들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수도권 대학 수시전형 경쟁률은 14.33대 1을 기록했지만,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은 5.72대 1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생 1인당 6개의 수시전형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비수도권 대학은 사실상 ‘정원 미달’이다.

난제들이 꼬리를 물고 층층이 겹치면서 지역대학의 위기는 지역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추진한 정원 감축 위주의 대학 구조개혁부터 결과적으로 ‘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1주기 개혁(2014~2016년)은 대학 서열화를, 2주기 개혁(2017~2019년)은 지역대학 불이익을 조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획일적인 평가 기준이 지역대학과 중소·전문 대학에 불리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지역대학의 신입생 급감은 재정 위기를 불렀고, 재정 위기는 교수 연구비까지 줄이거나 없애 학문의 질을 떨어뜨렸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앙부처의 재정지원은 수도권 대학 1개교당 161억원, 비수도권 대학 1개교당 130억원으로 약 30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지역대학의 재정 위기는 초·중·고에 쓰게 돼 있는 교육교부금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대학에도 교부금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6일 “교부금을 축소하려는 정부의 모든 움직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부금 제도 논의의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학은 14년째 등록금 동결 상태다. 교수들은 낮아지는 연봉과 부실한 교육에 자괴감을 느껴 지역을 떠난다. 2021년 기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정교수의 연봉 차이는 2000만원 이상이다. 이는 학업의 질 추락으로 이어진다. 학생들도 “고등학교와 다를 게 없다”며 발길을 돌린다. 지역 대학의 총장은 인력난과 재정난을 호소하며 서울에 올라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데, 지역의 젊은 인재들이 떠나니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 2월 국비 2388억원을 투입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2만 6000개를 창출한다고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폐교하거나 정원이 줄어든 지역 대학의 인근 상권은 쇠락해 거대한 고물상으로 변하고 있다.

지역대학 붕괴, 신입생 감소, 재정 악화, 학업의 질 추락, 지역 일자리 감소, 인근 상권 쇠퇴, 세수 부족에 따른 지자체 위기…. 이런 현상이 순서와 관계없이 악순환되며 지자체를 소멸시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도빈 서울대 공기업정책학과 교수는 “지역대학의 붕괴는 결국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