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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프리미엄'..중국·일본 공범과 9300억 불법 송금한 일당 9명 검거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내 암호화폐 거래가가 외국보다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불법 외환거래를 일삼은 일당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이들이 해외로 불법 송금한 금액은 9348억원에 달했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일본과 중국 공범들과 조직적으로 연계해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사건을 수사해 8명을 구속기소 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6일 밝혔다.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공범 8명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일본·중국서 보낸 암호화폐 국내서 현금화 

검찰이 파악한 불법 해외송금 조직은 일본과 중국에 각각 하나씩이었다. 두 조직 사이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인 A씨(39) 등 4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에 있는 공범들이 국내 거래소로 보낸 3400억여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팔았다. 관계 당국 신고 없이 암호화폐를 거래하면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에 해당한다.

6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 본관에서 최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가 불법 해외송금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6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 본관에서 최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가 불법 해외송금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이어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금이나 반도체 등을 수입한 일이 없는데도 자신이 설립한 유령법인을 통해 마치 물자를 수입한 것처럼 꾸며 304차례에 걸쳐 외화 4957억여원을 송금했다. 이들은 1년간 27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어 223억원을 일본에 있는 공범에게 보내고, 나머지 47억여원을 챙겼다. 이 돈으로 외제차·사치품을 사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검찰은 A씨 등 4명으로부터 외제차 3대와 콘도 분양권,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비롯한 12억여원의 부동산 등을 추징 보전했다.

중국 조직도 유사한 수법으로 돈을 챙겼다. 중국인 또는 중국계 한국인인 B씨(33) 등 4명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 있는 공범이 국내 거래소로 보낸 3500억여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매도했다. 이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유령법인을 통해 전자제품을 수입한 것처럼 허위자료를 제출해 281차례에 걸쳐 4391억여원을 해외로 송금했다.

물자 수입한 것처럼 속여 거액 해외 송금해 

중국 조직은 일본 조직과 달리 현금으로만 거래하거나 유령법인을 차명으로 운영하는 등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게 했다. 검찰은 중국 조직이 거둔 범죄 수익금을 80여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공범에게 전달된 금액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불법 해외송금 사건 흐름도. 자료 대구지검

불법 해외송금 사건 흐름도. 자료 대구지검

검찰은 이들과 공모해 불법으로 외화를 해외에 송금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누출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전 지점장 C씨(52)도 구속했다.

C씨는 일본·중국 조직과 짜고 허위서류를 이용해 외화를 송금하고, 나아가 규제 회피 방법을 공범들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C씨는 이를 대가로 공범들로부터 현금 2400만원, 상품권 1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C씨가 근무한 은행 지점은 외화 매매이익과 수수료 등으로 총 21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동일한 암호화폐가 외국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 국내 거래소인 ‘빗썸’과 해외 거래소인 ‘바이넌스’에서 비트코인 가격 차이를 비교하면 지난해 4~6월 사이 가격 차이가 최대 20%까지 났다. 실제 이들 불법 외환거래가 집중돼 있던 시기도 ‘김치 프리미엄’이 기승을 부린 때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시중은행 지점장까지 가담…“해외 공범 추적”
검찰은 이들이 국내와 해외 가상자산 가격 차이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수익이 큰 시기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투매하고 수익금을 빼내는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심각한 왜곡을 일으켜 일반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다.

향후 검찰은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해 해외로 도주한 공범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 등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대규모 암호화폐 거래의 자금원과 해외 송금된 자금 사용처를 파악해 범죄수익 환수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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