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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가 삼킨 국감…주기자 만난 '尹 SNL 영상' 띄운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첫날은 고교생이 그린 만화 '윤석열차'를 놓고 '표현의 자유' 공방으로 뒤덮였다.

"'정치 주제 다루지 말라' 가이드라인 만든 것" 비판 #문체부 "절차적 문제 따진 것"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부천 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검찰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을 열차 모양에 그려낸 카툰(Cartoon, 한컷 만화)이다.

이 만화가 논란이 되자 문체부는 4일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한 건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고, 이에 '표현의 자유' 논란에 불이 붙었다. 다음날인 이날 국감에서 야당은 "표현의 자유 제한, 블랙리스트를 연상시킨다"고 몰아붙였고, 문체부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웹툰 강국이라며 고등학생에 문체부가 협박"… SNL '정치풍자' 영상 띄우기도

5일 문체부 국감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출연해 "정치풍자는 SNL의 자유죠"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민주당은 '윤석열차'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말한 문체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5일 문체부 국감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출연해 "정치풍자는 SNL의 자유죠"라고 발언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민주당은 '윤석열차'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말한 문체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웹툰 강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 작품을 두고 문체부가 긴급하게 두 차례 협박성 자료를 낸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박근혜 블랙리스트가 떠오른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이병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출연해 표현의 자유를 언급한 영상을 띄우고 "과거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풍자는 SNL의 권리라고 했다"며 "(문체부의 조치는) 대통령의 뜻과도, 헌법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만화의 풍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문체부의 대응으로 완성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만화에서 정치적 주제를 다루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라며 "이게 표현의 자유 침해고, 문체부가 '검열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대한민국 문체부가 고등학생 만화를 가지고 아침저녁으로 이렇게까지 (두 차례나 보도자료를 내는) 해야 하나,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작품인지 말하지도 않으면서 '징계를 내린다'고만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원받을 땐 결격사유 걸고, 실제 공모는 다르게 한 게 문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작품의 내용이나 표현의 자유 제한이 아니다"라며 "공모전 주최측인 만화영상진흥원이 문체부 후원을 받는 과정에서는 '정치적 편향, 타인의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작품을 결격 사유로 꼽았지만, 실제 공모에서는 결격 사유를 제외한 점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엄중히 경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중고등학생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 타인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작품은 당연히 빠지는 게 맞다"며 "문체부가 엄중한 조치를 취한 건 바람직하고, 당연하다. '블랙리스트'라며 침소봉대하고 과도한 프레임을 거는 것은 정치적 봉쇄"라고 두둔했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댄데!" "학생에게 사과할 생각 없습니까?"

야당의 포화는 오전 감사 내내 이어졌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과거 대회에서도 '정치적 의도, 명예훼손' 조항 없이 공모가 진행됐는데 그때는 왜 제재하지 않았나, (박 장관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문체부 직원들이 과거 대회 때 결격 사유를 제재하지 않았던 것도 잘못"이라며 발언 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이런 말도 안되는 표현의 자유 침해가 있나!"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부천시의 지도 감독을 받는 기관에 대해 문체부가 과도하게 간섭한 것, 향후 윤 대통령 집권 기간 중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고, 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심사위원이 잘못됐건 선정 기준이 잘못됐건 학생은 상처받지 않게 해야 한다, 어른들이 깔아놓은 판에 상처받은 학생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만화영상진흥원과 학생에게 사과할 생각 없습니까?"라고 물었지만 박보균 장관은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열차'라면 더했을것"… 청와대도, BTS 병역도 밀린 국감 

국민의힘은 "민주당 정권은 더했다" "102억을 지원받는데 정치적 중립 조건은 필요하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김승수 의원은 "거꾸로 전 정권이라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김혜경 씨를 그린 만화가 입선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입선됐다면 민주당에서 더 문제 제기를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용 의원은 "2019년 문재인 대통령 때 외신 기자의 이름을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거론한 적도 있고, 대자보를 쓴 단체에 법적 조치도 한 적이 있다"며 "과거부터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일으킨 건 문재인 정부였고, '윤석열차'가 아니라 '문재인 열차' 였다면 논란은 지금보다 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 논란에 밀려 청와대, BTS 병역, 문체부 예산 등 다른 사안은 잠깐씩 언급되는 데 그쳤다.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 내용을 풍자한 한컷짜리 만화'고, 카툰에서 정치적인 걸 빼면 '카툰'이 성립이 안된다"며 "문체부가 일을 키웠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았는지 숙고해 달라"고 당부하며 오전 질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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