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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환 '영장 기각' 뒤늦은 사과...법원행정처장 "고인과 유족에 송구"

중앙일보

입력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31·구속)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다.

김 처장은 "저는 사법행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다른 법관의 판단에 대한 당부당을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상상하기도 힘든 비극적 상황에 있는 고인과 가족들에게 무척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이 국민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한마디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김 처장은 이렇게 답했다.

권 의원은 전씨가 과거 여성의 몸을 촬영해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하거나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등의 전과가 있었는데도 영장이 기각된 점을 지적했다. 폭력성과 스토킹에 대한 집착, 공격성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처장은 "당시 영장 사건을 담당한 판사가 달랐다면 결과가 달랐냐"라고 묻는 권 의원의 질의에 "담당 판사도 구속사유가 있는지 없는지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처장은 또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조건부 석방제’를 입법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의자의 증거인멸·도주의 우려는 없지만, 재범이나 보복의 우려가 있을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석방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조건부 석방제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선제적인 공권력의 개입과 제한 조치를 감수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이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도입을 촉구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김 처장은 "법관은 구속영장 발부 혹은 기각, 2가지 선택지만 있을 때 고민이 많다"며 "수사 및 재판기관에 출석은 담보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당역 사건처럼 가해자·피해자가 분리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고려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데 (조건부 석방제는) 그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토킹 범죄 피의자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는 사실을 정작 피해자가 모를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해자가 활보하는데 피해자는 모르고 있다"며 "영장실질심사를 할 때 피해자에게 통보하도록 대법원 예규를 만들면 된다"고 지적했다. 영장 청구가 기각됐을 경우 피해자가 통보를 받아야 신변 보호조치나 잠정조치에 신속하게 나설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김 처장은 "취지에 공감한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스토킹 범죄 사건의 양형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의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 관계라는 것이 감형사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감형사유가 된다면 모순적인 상황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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