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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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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K엔터팀 팀장

전영선 K엔터팀 팀장

‘우리 시대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제 행사.’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제시하는 세계박람회(엑스포) 소개 첫 문장이다. 엑스포 개최 가장 큰 명분은, 개최국이 어떤 부차적 효과를 기대하건,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해 모여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자리라는 것이다. 영감을 주는 기술, 일반 대중이 체험을 통해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 이벤트로 채워진다. ‘식량’(2015 밀라노), ‘미래 연결성’(2020 두바이), ‘보건’(2025 오사카·간사이) 등의 큰 주제를 정하고, 세계인과 국제기구를 한데 모은다. 이 정도 대의명분이 없이 현 인류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인 기후 위기에 부담이 되는 대규모 행사를 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것이다.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기대와 함께 걱정이 앞선다. 관련자들이 인터뷰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의문점도 생긴다. ‘기대 경제 효과 61조’ ‘대한민국을 7대 경제 대국으로’ ‘부산을 싱가포르로’와 같은 말이 뉴스 제목으로 뽑힌다. 굉장히 솔직하다. 부산엑스포 홈페이지는 첫 화면부터 ‘2030 부산이 해내겠습니다’라고 외치는 느낌표 가득한 다짐으로 채워진다. 자연과 지속가능성, 미래기술, 한류, 방탄소년단(BTS)을 한꺼번에 보여주지만,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예상하긴 힘들다. 아무리 내부 지지와 호응이 중요하다지만, 내년 11월 표를 행사할 BIE 170 회원국 혹은 잠재적 방문객을 위한 정보가 적다.

경쟁 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 회원국과 프랑스 등 70여 개국이 공개 지지한 리야드는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표가 있고, 약속할 오일머니는 넘친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로마도 어떤 엑스포를 만들지 큰 틀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2050년께 인류의 3분의 2가 거주하게 될 메트로폴리스가 주제다. 자연과 불화해 온 대도시를 공생하는 도시로 바꿀 방법을 찾자는 비전이 선명하다.

부산의 비전은 무엇일까. 국익은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이건 전적으로 우리의 사정이다. 사우디만큼 자금이 없다면 국제 사회 일원으로 제시할 비전이라도 확실해야 하지 않을까. 이도 저도 아닌 것 같다는 걱정이 내년 11월 기우로 판명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