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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파" 北보복 예고에도…접경지역 대북전단 또 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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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강도 높은 위협과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단체가 접경지역서 대북전단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살포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8개 대형 애드벌룬 날렸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제19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지난 1일 오후 10시쯤 경기도 파주 모처에서 타이레놀, 비타민C, USB, 소책자 등을 8개의 대형 애드벌룬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2일 주장했다. 대형 애드벌룬에는 ‘핵미사일로 대한민국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김정은을 인류가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함께 매달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원래 총 20개의 애드벌룬을 날려 보내려고 했으나 나머지 12개는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에 의해 압수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풍선을 날려 보내던 중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날리지 못한 대형 풍선 등 물품을 압수했다.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및 남북관계 발전법 위반 혐의로 박상학 대표와 회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파주경찰서에서 조사한 뒤 귀가 조처했다.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 단체 회원 4명은 경찰관에게 욕설했고, 한 경찰관은 단체 회원에게 얼굴을 맞았다. 경찰은 추후 이들을 다시 불러 폭행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진행된 제19회 북한 자유 주간을 맞아 북한 김정은의 핵 무력 법제화와 잇단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고 코로나19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위한 마스크 등 방역물자를 보내기 위해 비공개로 대형풍선을 날렸다고 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모처에서 대북풍선 8개에 타이레놀, 비타민C, USB, 소책자 등을 담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2일 주장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모처에서 대북풍선 8개에 타이레놀, 비타민C, USB, 소책자 등을 담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2일 주장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이 단체는 “대북풍선을 저지하는 변명은 ‘김여정하명법’인 ‘대북전단금지법’이었고 신고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상학 대표 신변 보호 경찰관들이었다”라며 “이 시각부터 신변 보호를 빙자한 경찰은 특별감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4일과 7월 6일, 6월 5일과 28일에도 코로나19 극복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품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코로나 전파 매개체라 주장하며 보복 천명  

앞서 북한은 지난 8월 10일 남한에서 북한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연설에서 “전선 가까운 지역이 (코로나) 초기 발생지라는 사실은 남조선 것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며 “색다른 물건짝들을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유입의 매개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8월 11일 전했다. ‘색다른 물건짝’은 보수 민간단체들이 날리는 대북 전단을 의미한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모처에서 대북풍선 8개에 타이레놀, 비타민C, USB, 소책자 등을 담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2일 주장했다. ‘핵 미사일로 대한민국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김정은을 인류가 규탄한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도 함께 매달았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모처에서 대북풍선 8개에 타이레놀, 비타민C, USB, 소책자 등을 담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2일 주장했다. ‘핵 미사일로 대한민국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김정은을 인류가 규탄한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도 함께 매달았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달 23일 국내 민간단체들에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또 북한에는 전단 살포를 빌미로 도발할 경우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일부 단체들에 의해 ‘북한자유주간’을 계기로 대북 전단을 살포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며 “전단 등 살포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부 “북한 위협과 도발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  

그는 이어 “북한이 코로나 확산 책임을 대북전단에 전가하고 있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의 어떤 위협과 도발에 대해서도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분명하게 알림으로써 북한의 오판을 막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은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북한은 2014년 10월 경기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가 대북풍선을 날려 보내자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10여 차례 발포,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기 상황을 맞기도했다. 지난 2020년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윤석열 정부와 통일부는 김정은, 김여정의 눈치 보기에 탈북자들의 북한 인권활동을 저해하고 있으나 우리는 목숨 걸고 찾은 자유를 김여정하명 악법에 빼앗길 수 없다”며 “북한 인민의 자유 확산을 위해 더 많은 정보와 자유의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접경지 주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대책 촉구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경기 파주·연천·김포, 인천 강화 등 접경지역 주민은 긴장하고 있다. 파주시 민통선 지역에 사는 주민 조봉연(해마루촌 농촌체험마을추진위원장)씨는 “휴전 이후 70년 동안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이 살포될 때마다 남북 간 긴장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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