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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주인없는 우주영토 확장해 우주경제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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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대한민국은 최근 우주개발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냈고, 외국 전문가들도 호평하고 있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고, 달 궤도선이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발사체 기술 확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우주 영토에서 당당히 우주 주권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미 우주 선진국들은 우주 발사체를 활용해 우주 공간에 진출했다. 앞선 우주 기술력과 통 큰 우주 투자를 바탕으로 우주 개발 기득권을 쥐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우주 경제가 실현되는 단계에 와 있다. 지난 70여년간 인류의 우주 개발은 일상생활은 물론 다른 산업에 파급됐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낳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우주 개발이 돈이 되는 산업으로 성장했고, 다양한 우주 기업들이 등장해 새로운 우주 비즈니스를 펼쳐가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 도약 계기 마련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집중하고
기업들, 참여 넘어 주체로 나서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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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주산업 관련 비영리단체인 스페이스파운데이션은 지난해 전 세계 우주경제 규모가 4690억 달러(약 616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30년 안에 세계 우주경제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약 400조 원임을 고려하면 우주 경제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우주 경제 규모가 가파르게 확대되는 데에는 민간의 우주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경제의 4분의 3은 정부가 아닌 민간의 상업 활동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급속히 확대되는 우주 시장을 놓고 주요국과 우주 기업들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은 앞다퉈 우주 산업을 강화하는 우주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우주산업 육성과 우주 경제 실현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빅데이터·자율주행 산업과 우주 산업은 깊게 연관돼 있다. 미래 국가 경쟁력이 우주 산업 육성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우주에 있다며 ‘우주 경제 시대 비전’을 선포했다. 과감한 우주 투자는 물론 우주항공청을 설치, 우주항공 산업을 육성해 본격적으로 우주경제를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우주 선진국들과 거대 우주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우주 사업과 우주 영토를 확장해 가는 시점에 한국도 우주 경제 시대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우주 경제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국내 우주 기술 수준은 세계 7대 우주 강국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우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 앞으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고 조속히 산업화의 길로 갈 수 있는 혁신적인 우주개발 전략과 로드맵을 착실히 추진해 나가면 된다. 세계적인 우주 전문가들은 한국이 첨단기술과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우주산업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한다.

우선 누리호 보다 우주 운송 능력이 향상된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착수하고 우주탐사 역량을 높여야 한다. 정부의 우주 투자를 확대하고 그동안 축적된 우주 기술의 산업체 이전을 서두르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정부의 우주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우주 투자를 늘려 우주 개발의 주체로 올라서야 한다.

스페이스엑스·블루오리진 등 거대 글로벌 우주 기업이 선제적 투자와 혁신적인 우주 비즈니스로 우주 시장을 지배해 가고 있다. 우주 발사체 시장을 비롯해 우주 인터넷, 우주여행, 우주 탐사, 우주 자원 확보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영역이 확장됐다. 미국은 이미 자국 우주기업의 우주 자원 소유를 허용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자원 빈국인 한국도 머지않아 우주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야 할 시대가 올 것이다.

앞으로 우주는 경제의 핵심 영역이 될 것이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인 한국이 우주 산업 육성과 우주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계도 주인도 없는 우주 영토에서 한국의 지분과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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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