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바꿔달라"…국힘, 주호영 이의 기각한 法 문구에 떤다

중앙일보

입력 2022.09.22 16:38

업데이트 2022.09.22 16:51

국민의힘이 법원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21일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를 ‘바꿔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서울남부지법에 보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YTN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정치적 판결에 대한 강력한 항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주 전 위원장 직무정지를 결정한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 황정수)가 아닌 다른 부로 진행 중인 가처분 사건들을 배당해 달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공문에서 “직무정지 결정에서 보듯 재판부가 절차적 위법 판단에서 더 나아가 정치의 영역까지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당을 상대로 낸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은 오는 28일로 예정돼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고, 서울남부지법은 22일 오후까지 국민의힘이 보낸 공문에 회신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판사를 바꿔 달라며 내세운 이유는 ‘재판부의 정치 영역 판단’이지만, 대리인단 등 내부에선 지난 16일 재판부가 주 전 위원장 측의 직무정지 이의 신청을 배척했을 때 결정문에 담은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앞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8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앞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는 모습. 뉴스1

앞서 법원이 주 전 위원장 직무정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선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8월17일에 사퇴한 점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국민의힘 측은 이의 신청 때 이 부분을 강조했다. 정 전 위원 사퇴로 당연직인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그리고 선출직인 김용태 당시 청년최고위원 등 9명의 최고위 구성원 중 3명만 남아있기에 최고위 기능은 상실됐단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고위 기능이 완전히 상실했다거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 전 위원장 측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 측 변호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했어야만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단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종전 당헌에도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의 상황을 비대위 출범 요건으로 했지 ‘완전 상실’로 본 건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 결정문에 담긴 내용을 본 국민의힘 및 대리인단 사이에선 “결정문 내용상 ‘1명도 빠짐없이 전원 사퇴해야 비대위를 꾸릴 수 있다’는 심리가 재판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특히 국민의힘은 ‘정진석 비대위’를 새로 띄우기 위해 당헌상 비대위 출범 요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사퇴 등으로 바꿨다. 다만 “최고위 기능이 완전히 상실해야만 한다고 한다면 바꾼 당헌도 무효라 하는 것 아니냐”며 대리인단 내부에선 위기감이 흐른다. 대리인단은 오는 28일 열릴 심문기일에서 당헌 개정 및 이에 따른 비대위 출범은 “정당이 정치적으로 결정할 사안”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심문기일 때 펼쳤던 주장과 같은 취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이준석 전 대표 측 대리인단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이 전 대표 변호인은 “정 전 최고위원 사퇴가 최고위 기능 완전 상실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보궐선거 등으로 충원하면 해결된다”며 “비대위로 갈 사안이 아니라는 건 이미 법원 결정으로 판가름났다”고 자신했다.

결정문 문구에 대한 법조계 의견은 분분하다. 익명을 원한 한 판사는 “(결정문 중) 최고위 기능 완전 상실에 대한 부분은 법원이 절차상 문제에서 나아가 내용을 두고 판단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반면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이 있었기 때문에 재판부가 언급한 것일 뿐이지 그 내용을 두고 (재판부가) 왈가왈부한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은 국민의힘 공문에 대해 “결정이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에 따라 51부 재판장이 관여할 수 없는 사건을 담당하는 예비재판부가 있고, 이 재판부엔 해당 사유가 있는 사건 외 다른 건은 배당하지 않는다”고 전날 알렸다. 법원이 언급한 권고의견은 ‘친족인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등에서 수임한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있을 경우’로, 국민의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의 모습. 뉴스1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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