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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이란서 항의 시위 확산…“1000명 체포”

중앙일보

입력

히잡을 안 써 체포된 여성 의문사 사건을 보도하는 이란 일간지. EPA=연합뉴스

히잡을 안 써 체포된 여성 의문사 사건을 보도하는 이란 일간지. EPA=연합뉴스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란 15개 도시에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17일 시위가 촉발한 쿠르디스탄은 물론 수도 테헤란, 시라즈, 케르만샤, 하마단, 타브리즈 등 주요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국영·반관영 언론들은 시위대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춰 상황을 보도했다.

중남부 관광도시 시라즈에서는 시위대의 폭력 행위로 경찰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로트폴라 시바니 시라즈주 주지사는 “시위대가 폭력성을 보였으며 파괴적인 구호를 외쳤다”고 주장했다.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케르만샤 지역에서 시위와 관련돼 시민 2명이 숨졌고, 경찰 등 2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날까지 이란 전역에서 최소 10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SNS에는 시위를 벌이는 이란인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는 경찰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올라왔다.

이란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차단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은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SNS에 접속한다.

이에 당국은 더욱 강력한 인터넷 검열을 예고했다.

이사 자레푸르 정보통신부 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현재 국내에서 벌어진 상황과 보안상의 문제로 인터넷 접속 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밤에도 이란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란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항의 시위. AFP=연합뉴스

이란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항의 시위. AFP=연합뉴스

아미니는 지난 16일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받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단속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는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조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슬람권에서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곳은 이란이 유일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엔, 미국, 프랑스 등이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공정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당국은 대중의 분노가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일부 국가들이 이란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이런 외부 세력의 개입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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