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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너지 수입 확 늘린 中, 남는 가스 2배 받고 유럽·亞 판매

중앙일보

입력

중국 에너지 국영기업 시노펙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에너지 국영기업 시노펙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속에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이 싼값에 대거 사들인 뒤 유럽과 아시아에 되팔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의 수출입 통관 업무를 총괄하는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올해 1∼8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23억9000만 달러(약 3조3340억원)어치 수입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증가한 액수다.

중국은 같은 기간 스페인·프랑스·몰타 등 에너지 부족을 겪고 있는 유럽 국가에 1억6400만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했다. 한국·일본·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도 2억8400만 달러 어치의 LNG를 판매했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LNG 수출액은 7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지난 8개월간 중국이 러시아를 중심으로 가스 수입을 급격히 늘린 가운데, 중국 에너지 기업들은 장기공급계약으로 싸게 산 LNG 중 여분을 시장 가격이 상승한 틈을 타 국제 시장에 되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상하이 석유·천연가스 거래소(SHPGX)에 따르면 광둥성 남부의 한 민영 LNG 수입사인 조보(JOVO·九豊)는 지난 1분기 수입한 LNG를 이탈리아에 재판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 같은 국영 에너지 기업도 수입한 LNG의 여분을 다시 국제시장에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에너지 특수 누려온 중국

지난 2017년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에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7년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에 건설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중국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특수를 누려왔음을 보여준다. 전쟁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로 에너지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 온 러시아는 중국에 크게 의존해왔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러시아산 LNG 수입 규모는 67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 원유는 834만t으로 28%, 석탄은 57% 늘어난 850만t을 수입했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사 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극동 사할린-2 LNG 생산공장은 12월까지 중국에 인도할 LNG를 시세보다 절반 수준 가격으로 수출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전략 동맹국인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물량을 할인된 가격으로 가져온다”며 “러시아로서도 서방의 제재를 피해 수출할 곳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입가보다 2배 넘는 값으로 LNG 수출”  

지난 2018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에 위치한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의 터미널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8년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에 위치한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의 터미널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최근까지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져 에너지 소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제프리 무어 스탠더드앤드푸어(S&P) 애널리스트는 “중국 LNG 수요는 지난해보다 20% 안팎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렸고, 남아도는 물량을 유럽과 아시아에 재판매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사울 카보니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중국은 러시아 LNG를 싼값에 사들인 뒤 곧장 유럽으로 보내는 대체 공급재로 바꿔 비싼 값에 판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자체 집계 결과 6~8월 중국의 LNG 수출 가격은 같은 기간 수입 가격의 약 2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메이단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는 “장기 공급계약으로 산 에너지를 시장에 재판매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자국 내 에너지 소비 규모가 큰)중국이 해왔던 방식은 아니다”며 “재판매되고 있는 LNG 중 일부는 중국 내 하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동해 세관 데이터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 中 가스공급 1주 중단…시진핑에 불만?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20일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가스관을 통한 중국에 대한 가스공급을 22~29일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가스관을 통해 2020년 41억㎥, 2021년 104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했다.

가스프롬은 공급 중단이 정기 점검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가스프롬이 독일에 가스 공급을 완전중단할 때도 ‘가스관 점검’을 이유를 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 15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포착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긴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회의에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의문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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