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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갓집 가 육개장만”vs"이런 정쟁 우리뿐"...조문으로 싸운 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의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외교·국방·통일 분야에 대한 국회 대정부질문의 최대 쟁점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조문 취소’ 논란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외교 무능”이라며 집중공세를 퍼부었고, 정부와 국민의힘은 “사실 왜곡”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야당은 시작부터 총공세를 폈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다른 나라 정상들은 교통이 혼잡해도 참배장소까지 걸어서 조문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조문 현장에 안 계셨다”며 “이것은 사실상 ‘외교 참사’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 부부는 조문은 참석하지 않고, 리셉션과 장례미사에만 참석했는데 마치 상갓집에 가서 조문은 하지 않고 육개장만 먹고 온 격”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해 있다. 윤 대통령 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해 있다. 윤 대통령 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걸어가서 참배했다”며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리셉션 장소인 버킹엄 궁까지는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거리 정도다. (걸어서) 30분 거리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참배를 하고 버킹엄 궁까지 걸어갔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는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한덕수 국무총리는 “조문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성당에서 하는 장례미사이고 이것이 국장(國葬)이라고 봐야한다”며 “장례미사 당시 전 세계 정상 약 500명이 모여있고 윤 대통령 곁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앉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영국 왕실과도 협의해서, 일찍 도착하지 못한 정상들은 미사가 끝난 이후에 조문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일각에서 말하는 ‘외교 참사’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도 주장했다.

뉴욕 출장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 대신 출석한 조현동 1차관도 “워낙 많은 정상이 같은 시간대에 도착했기 때문에 도착 슬롯(착륙 배정 시각)도 처음부터 영국 측과 긴밀히 협의했다”며 “영국 측도 대통령 일행에 대해 충분히 의전을 갖춰 대우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념 만찬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월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념 만찬에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섰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조문외교마저 국내 정쟁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영국 국왕 조문에 대해 국내에서 외교실패라고 시끄럽게 정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영빈관 신축논란에 한 총리 “충분히 검토과정 거쳐 편성”

영빈관 신축 논란도 전날에 이어 연이틀 중요한 쟁점이었다. “영빈관 신축 사업이 김건희 여사의 지시였느냐”는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한 총리는 “예산이 그렇게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 총리는 “예산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충분히 검토된 것이고,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상임위 등에서 검토 과정을 거쳐 편성된다”고 해명했다. “영빈관 신축은 김 여사가 지시한 것”이라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적극 부인한 모양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총리가 전날 영빈관 신축 문제를 신문보고 알았다고 했는데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총리는 “모든 예산 항목을 다 파악하고 있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 통일, 안보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 통일, 안보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야당 의원들이 맹공을 퍼붓는 과정에서 논란도 일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서울지구병원이 대통령 전용 병원이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너무 멀어서 (비상상황 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대통령 전용 병원을 밝히는 것 자체에 대해 저는 동의할 수 없다. 어떻게 그런 것을 밝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비판에 주력했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한 이후에도 탄도미사일을 끊임없이 발사했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파괴했다”며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때 일어난 일인데 민주당은 느닷없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그간 남북합의를 존중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리한 주장”이라고 공세를 폈다.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한 총리 “FTA 최혜국 대우 위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오른쪽)이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를 자축하고 있다. 중간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오른쪽)이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를 자축하고 있다. 중간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편 한 총리는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한·미 FTA (제소 절차 관련)규정 등은 이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제소는) 최후의 방법으로 보고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IRA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으로 한국 자동차 기업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한국 전기차 기업 배제가 윤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해 한 총리는 “백악관과 소통을 해봤지만 펠로시 의장과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남북대화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아직은 북한과의 물밑대화 채널은 없고, 물밑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대북 문제에 있어서 공개적인 대화가 다가 아닐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한 총리도 “필요에 따라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당연히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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