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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조 불법쟁의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강행처리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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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노동권익’ 선의로 포장한 포퓰리즘 법안  

양곡관리법, 쌀 과잉생산 막을 대책 아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손잡고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으로, 노동조합이 불법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노조와 조합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 핵심 입법 과제로 꼽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선의로 포장한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이다. 민주당은 법안의 취지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행위까지 면책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회에 올라온 법안엔 폭력·파괴로 인한 손해배상은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조항 곳곳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 보호’라는 감성에 매달리다가 몰락의 길을 걸었던 쌍용차를 지켜본 바 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그런 일이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사실 민주당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하에서, 그것도 거대 의석을 가지고도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제 야당이 되고 나서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 의도가 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대 노조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현 정권을 비판할 수 있다는 양수겸장(兩手兼將)식 정치공학과 다름없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외에도 ‘쌀값 정상화법’이라 칭한 양곡관리법 등을 ‘정기국회 22개 민생입법 과제’로 선정해 회기 내 강행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쌀을 초과 생산하거나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한 경우 정부가 시장가격에 따라 미곡(쌀)을 매입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쌀값은 재배면적 증가에 풍년까지 겹쳐 유례없는 폭락을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쌀값 빼고 모든 게 다 폭등한 요즘이라 농민의 시름이 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쌀은 이미 오래전부터 과잉생산 상태에 놓여 있다. 올해만 해도 전국 농협의 쌀 재고는 41만t으로 전년 대비 70%가량 늘어났다.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정치권이 당장 농민 표만 의식하고 지원정책을 펴 온 탓이다.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재정을 쏟아붓고도 농업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쌀 과잉 생산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장의 수급 상황을 무시하고 부동산 정책을 펴다가 실패했던 일을 민주당은 벌써 잊었나. 국민은 포퓰리즘이 아닌 진정으로 민생을 살피는 정치에 손을 들어준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