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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상 첫 교원 감축, 저출산 따른 교사 수급계획 세워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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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8월 춘천교대 학생들은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교원임용 감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지난 8월 춘천교대 학생들은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교원임용 감축안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2020~2030년 초등생 272만→159만 급감

교사정원 조정 안 하면 ‘임용 절벽’ 커져

내년에 교육부가 역대 처음으로 공립교원의 정원을 줄인다. 올해(34만7888명)보다 2982명 감축한 34만4906명이다. 사상 초유의 정원 감축 카드가 나온 이유는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저출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초등학생 수는 2020년 272만 명에서 2030년 159만 명으로 41.5% 줄어든다. 실제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5년생은 44만 명이었지만, 5년 후 입학 대상인 2020년생은 27만 명에 불과하다.

교사 정원을 감축하면 신규 채용도 줄어든다. 구조조정 대신 정년퇴임 후 신규 교사를 채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원을 조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대·사범대생의 다수가 교사로 채용되지 못하는 ‘임용절벽’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주 각 교육청이 발표한 내년도 초등교사 임용계획에 따르면 선발 인원이 급감했다. 서울은 올해(216명)의 절반인 115명만 뽑는다. 2016년(960명)의 9분의 1 수준이다. 대구(30명)도 전년보다 40% 줄었고, 광주는 2년째 6명만 선발한다. 시험 합격 후 발령받지 못한 ‘임용 적체’도 심각하다. 서울은 올 2월 합격자 중 86%(186명)가 미발령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임용이 사실상 필요 없을 수 있다”(박수자 부산교대 총장)는 말까지 나온다.

특수목적으로 설립된 교대는 사범대와 달리 교과 중심의 학습뿐 아니라 어린이의 인성과 신체발달 등 전인교육에 특화된 교원을 양성한다. 졸업생들이 다른 직업을 택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 때문에 정부는 학생 수 변화에 따라 교대 입학정원을 미리 조정해 왔다. 그러나 2012년 이후 10년간 정원(3847명)이 그대로다. 저출산에 따른 교원 수급 미스매치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는데도 이를 방치한 셈이다. 정부가 미리 정원을 조정했다면 지금 같은 임용절벽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각에선 교사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적다. OECD(2019년)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4.5명, 중학교 13.1명, 고교 13명이다. 한국(2022년)은 초등학교 13.7명, 중학교 11.7명, 고교 9.6명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정확한 교원 수급 계획을 세우고 교대 입학정원도 미리 조정해야 한다. 과거에 강릉·군산·마산·목포교대 등을 통합한 것처럼 교대 간 또는 국립대와의 통폐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교육을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았는데,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알려진 바 없다. 교육개혁은 교원 수급처럼 꼭 필요한 일을 적기에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 5세 입학’처럼 불요불급한 일을 벌여 말만 떠들썩한 빈 수레가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