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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구속수사 2.7%…유치장 한달 구금도 57% 기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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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 전주환(31)의 신상정보가 19일 공개됐다. 지난 15일 전씨가 서울 광진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으로 구속된 피의자 전주환(31)의 신상정보가 19일 공개됐다. 지난 15일 전씨가 서울 광진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호송되고 있다. [뉴스1]

대다수 스토킹 피해자는 신고 후에도 신당역 보복 살인 피해자처럼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경찰의 안전조치(신변 보호)를 받던 피해자가 다시 스토킹하는 가해자를 신고해도 구속 수사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를 받던 스토킹 피해자가 계속되는 가해를 경찰에 다시 신고한 건수는 지난해 1월~올해 6월 총 7772건이었다. 하지만 구속 수사는 211건(2.7%)에 그쳤다.

신상 공개된 전주환. [사진 서울경찰청]

신상 공개된 전주환. [사진 서울경찰청]

구속영장이 없어도 법원이 결정하면 재발 우려 가해자를 최대 한 달간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는 분리 수단이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4호’다.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치과의사 이수진씨는 이 조치 덕분에 스토커와 분리돼 보호받은 사례다. 이씨는 협박하던 스토커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6월 법원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가 공개 반발한 뒤 법원은 경찰이 신청한 잠정조치 4호를 인용했다. 경찰은 A씨를 구금하고 보강 수사해 같은 달 구속 송치했다.

현실에서 이씨처럼 잠정조치를 통해 보호받는 피해자는 많지 않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지난 7월까지 신청된 486건의 잠정조치 4호 중 인용은 210건(인용률 43.2%)뿐이다. ‘100m 이내 접근 금지’(2호),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3호)까지 포함하면 잠정조치 신청 4932건 중 755건(15.3%)만 기각됐지만, 4호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반 시 과태료 처분(1000만원 이하)에 그치는 긴급응급조치(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는 잠정조치보다 신청 건수가 적다. 같은 기간 긴급응급조치 신청은 2792건으로 잠정조치의 절반 수준에 기각률은 9%였다. 경찰은 앞으로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4호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작성하면 경찰도 잠정조치나 긴급응급조치를 신청할 수 없다. 제도적 한계인데,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피해자 의사에 반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조항(제18조 3항) 때문이다. 법 제정 때부터 독소 조항으로 지적됐다.

법무부는 신당역 보복 살인을 계기로 반의사불벌 조항 삭제 검토에 나섰다. 그런데 법무부는 지난해 3월 입법 과정 당시에는 이 조항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3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은 “스토킹 정의 자체가 피해자 본인 의사에 반해 접근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 의사에 기초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반의사불벌 조항 악용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재범 우려가 큰 스토킹 범죄자들이 합의를 학습하게 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일 검찰과 스토킹 범죄 관련 협의체를 신설해 스토킹 신고부터 잠정조치, 구속영장 신청 등 단계마다 검경이 긴밀하게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또 전국 경찰이 수사 중인 스토킹 관련 사건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대상은 서울 기준으로만 약 400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회의를 열고 신당역 보복 살인 피의자 전주환(31)의 신상(이름·나이·사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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