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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급감에 교사도 줄인다…내년 공립 교원 3000명 감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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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생들이 사이좋게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시 부평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생들이 사이좋게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 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유‧초‧중‧고 공립교원 수를 올해보다 3000여명 줄이기로 결정했다.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교원 수가 내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19일 내년도 공립 유‧초‧중‧고 교사 정원을 올해 대비 2982명 줄어든 34만4906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국가공무원인 공립 교사 정원은 다른 공무원과 함께 국회 심의를 거쳐 매년 2월 말 최종 확정된다. 공립 교원에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특수교사, 비교과(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 교사, 교육청 소속 순회 교사 등이 포함된다.

공립 교원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32만4945명에서 2022년 34만7888명으로 2만2943명이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유‧초‧중‧고 학생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2012년 738만4788명이었던 학생 수는 2022년 587만9768명으로 150만5020명 줄었다. 최보영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과장은 “초‧중‧고 교과 교원은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줄여왔지만, 보건·사서·영양 등 비교과 교사가 늘어서 전체 공립교사 수가 증가했다”며 “내년은 비교과 교사 증가폭이 줄어들어 전체 정원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2023학년도 초등임용 교원 감축안 대응 기자회견에서 배규환 춘천교대 총학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열린 2023학년도 초등임용 교원 감축안 대응 기자회견에서 배규환 춘천교대 총학생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공립 교원 정원 감축은 퇴직 교원 규모에 비해 신규 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원 신규 임용은 매년 감소 추세다. 내년 공립 초등학교 선발 인원은 올해(3758명)보다 197명 줄어든 3561명이다. 특히 서울의 초등교원 임용 규모는 올해(216명)의 절반 수준인 115명에 그친다.

정부가 교사 정원에 칼을 뽑아든 이유는 앞으로 학생 수가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는 2020년 789만명에서 2030년 594만명으로 195만명 줄어든다. 특히 초등학생 수는 2020년 272만명에서 2030년 159만명으로 10년새 113만명이 줄어든다.

교원 감축과 함께 교대 등 교원 양성 대학 규모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해마다 줄지만 교대 정원은 10년째 제자리다. 교육부는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통해 교원 양성 기관의 정원을 줄여왔지만 지난 두 차례 평가에서 단 한곳도 정원 감축 대상이 되지 않았다. 대학 통폐합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2008년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통합된 이후 지난해에는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통합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교사 수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기업에서도 위기가 닥치면 구조조정을 하는 것처럼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교사 수나 교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며 “과거에 생산 가능 인구가 많을 때를 기준으로 해서 교원 수급 정책을 정하면 과잉공급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게 오히려 교사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교사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아직도 과밀학급이나 기초학력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며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교사를 무조건 줄이기보다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 수를 정하는 방정식의 한 축이 ‘학생 수’라면 4차 산업혁명과 미래 교육 등을 다른 축으로 놓고 교원 수급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경제 논리에 따라 교원 수급 계획을 결정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원단체는 정원 감축에 반발하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초등 학급 당 학생 수가 26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3만8711개로 전체 학급의 31.2%에 달한다”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금이 교사 당 학생 수를 줄여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서울‧세종 등 일부 교육청에서 초등 1학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배치하는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인데, 다음해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교원 정원 감축은 교육 포기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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