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과의 약속 지키라는 문 전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2022.09.19 00:10

업데이트 2022.09.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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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 “9·19 군사합의, 이행해야 할 약속”

북, 핵 사용 법제화 이어 핵실험 임박

북한 국방과학원이 2022년 6월 11일 핵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대성공'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다음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현장에 참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국방과학원이 2022년 6월 11일 핵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대성공'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다음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현장에 참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등 그간 남북 합의에 대해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밝혔다. 2018년 9월 19일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 4주년을 하루 앞두고 내놓은 발언이다.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그가 자신의 재임 시절 업적을 현 정부가 지키라고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에 대한 서면 축사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전임 대통령으로서 현 정부에 어깃장을 놓는 듯한 도를 넘은 행동이다.

문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은 4년 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던 때와는 사뭇 다르게 엄중하다. 북한은 7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상태고, 정치·안보적으로 위기 상황이 생기면 우리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북한은 문 전 대통령과 9·19 군사합의를 체결한 이후 탄도미사일을 끊임없이 발사해 왔다.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우리 기업이 건설한 금강산 관광시설도 북한 소유로 바꾸거나 해체하고 있다. 북한은 합의를 거의 지키지 않았다. 모두 문 전 대통령 재임 때 발생한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담대한 구상’으로 북한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북측은 대화는커녕 비판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오히려 ‘핵=국체(國體)’라며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핵무기가 곧 북한 그 자체라는 것이다. 담대한 북한 비핵화 구상에는 북한이 요구하던 ‘행동 대 행동’ 원칙이 포함돼 있지만 북한은 속임수라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라고 했는데, 실제론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점점 위험하게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평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신뢰 없이 돈으로 사는 굴종적인 평화는 상대방의 새로운 도발로 이어졌다.

그 사례로 북한은 2020년 9월 22일 서해에서 표류하던 우리 공무원을 무차별 사격하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문 전 정부는 북한에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탈북민 2명을 눈을 가린 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시키며 인권을 유린했다. 이게 국민을 위한 신뢰 있는 평화였나.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며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는 현재로선 북핵 억제가 우선이다. 그래야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되고 평화도 유지된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차관의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합의는 시의적절했다. 차제에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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