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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고민해 만든 ‘K-칩스법’, 발의 50일 넘도록 국회서 논의 조차 안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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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호 04면

반도체 전문가 긴급진단

김용석 교수

김용석 교수

“미국과 일본, 중국 등 반도체 산업을 원하는 국가들은 저만큼 달려가는데 한국은 걸음마도 떼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공학회 부회장)의 말엔 날이 서 있었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발의한 이른바 ‘K-칩스법’(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의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다.

이 법은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특위에서 활동 중인 김 교수는 “특위에서 밤낮없이 고민해 시급한 내용부터 법안에 담았는데, 8월 4일 발의 후 50일이 넘도록 국회에선 아직 논의조차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83년 삼성전자 종합연구소를 시작으로 31년간 반도체를 연구한 뒤, 2013년 학계로 자리를 옮긴 시스템반도체 전문가다. 그를 15일 성균관대 반도체공학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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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은 어떤 법인가.
“국가첨단전략산업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두 건을 묶은 패키지 법안으로,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반도체 육성이 장기적인 과제가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에 빠른 국회 통과를 목표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내용부터 담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이 법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의 경우 20%(대기업 기준)로 정했다. 더 높였다가는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과 함께 국회 통과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이렇게 담지 못한 내용이 적지 않다.”
아쉬운 점은 없나.
“개인적으로도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지원과 차량용반도체 등을 만들 구형 공정 투자 촉진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지금도 한국 반도체 산업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시급한 부분부터 담아야 했기에 이번 법안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주52시간제 개선 의견도 있었으나 비슷한 이유로 제외됐다. 이 사안은 반도체 업계에서 자주 요청했던 것이지만 노동계를 설득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반도체 분야는 대통령 핵심 공약이다.
“대통령만 다급하고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반도체가 얼마나 비상상황인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 7월에 정부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보면 반도체 인재를 2031년까지 15만명 양성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을 10%로 높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실행 계획은 오리무중이다. 반도체 관련 인프라 구축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대통령도 14일 특위와의 오찬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예산이 없는데 앞으로 무슨 지원을 할 수 있겠나.”
한국의 반도체는 얼마나 시급한가.
“중국의 반도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급성장 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설계능력은 중국에 뒤진 지 오래고, 세계 선두에 있는 메모리반도체도 불안하다. 플래시 메모리는 1년, D램은 기술 격차가 4~5년 정도로 본다. 이번 정부 임기가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란 얘기다. 이렇게 급박한 처지인데 느긋하게 10년 뒤를 준비할 때가 아니다.”
속도를 낼 방법은 없나.
“K-칩스법 통과가 가장 시급하다. 그 다음으로는 대통령 직속으로 기술과학 특별보좌관을 둘 필요가 있다. 정부 관계부처에서 올라오는 방안들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챙길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이 말 그대로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도 효과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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