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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은 반도체에 돈 쏟는데, 한국은 뒷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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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호 01면

5억4000만 달러(약 7500억원). 최근 미국 텍사스주 셔먼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대만의 웨이퍼 업체 글로벌웨이퍼가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지급받기로 한 현금 인센티브(보조금) 규모다. 글로벌웨이퍼는 당초 한국행을 타진했지만 미국 정부의 현금 구애에 방향을 틀었다. 중앙SUNDAY 취재 결과 미국 정부는 이 업체에 설비투자 금액의 15%인 5억4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원키로 했다. 이 돈 외에 관련법에 따라 연방·지방정부가 지원할 세제 혜택(35% 감면)을 포함하면 사실상 설비 투자금(약 35억 달러)의 절반을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구마모토현에 대만의 파운드리인 TSMC 공장을 유치한 일본도 공장 건설비용의 절반가량인 4760억 엔(약 4조5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키로 했다. 초기 투자 부담이 확 줄어든 TSMC는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를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만은 지난해 가뭄이 들자 중앙정부가 나서서 농민들을 설득한 뒤, 농업용수를 TSMC 공장에 우선 공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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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장 유치와 지원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특화단지)는 착공조차 못했다. 당초 지난달 대통령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착공식을 계획했지만, 취수원인 여주시의 반대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곳은 2027년까지 120조원을 투자해 415만㎡ 규모의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기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이 연일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현장의 갈등조차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수 용인시 반도체산단과장은 “용수 관로는 여주에서 이천을 거쳐 용인으로 들어오는데 이천은 협의가 됐고, 여주는 해결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적 뒷받침도 신통치 않다. 여권이 야심차게 추진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K-칩스법)은 지난 8월 4일 국회에 발의된 이후 더 이상 진전이 없다. 반도체동맹을 엮고, 여야를 떠나 반도체 산업 지원에 ‘올인(all in)’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이 자랑하는 메모리반도체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4년 정도로 확 줄었다”며 “K-칩스법을 조속히 시행하고, 반도체 산업 생태계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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