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남북 문화교류 방법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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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달 평양에서 열렸던 「범민족통일음악회」에 서울 전통음악연주단 일행이 참가함으로써 합법적인 민간 문화예술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당국이 문화예술교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문화예술관계자들의 남북교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일고 있다.
문화예술계 인사와 학계·언론계의 관계전문가 60여명은 지난달 27일 문예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 주최로 열린 「북방문화교류와 정책의 방향」토론회에 참가, 남북한문화교류를 대비한 정책방향모색과 구체적 실천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진보적 문학예술인들의 모임인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도 6일 예술극장 한마당에서 「남북문화예술교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남북교류추진 방안을 모색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그동안 진보적 단체를 중심으로 부분적 교류제안이 있어 왔으나 실질적인 교류는 이루어지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범민족통일음악회와 함께 미국에서 남북영화제가 열리고 남북작가의 합동작품집이 발간되는 등 실질적인 교류가 현실화됨에 따라 국내문화예술계도 본격적인 교류방안모색에 나선 것이다.
최근의 활발한 논의는 지금까지 문학예술인의 자발적인 노력이 미약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실현된 교류가 모두 재외한인교포들의 주최로 가능했던 사실은 국내문화예술인들의 분발을 촉구해 왔다.
문화예술관계자들은 논의과정에서 『문화예술교류가 남북동질성 회복, 나아가 실질적인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이며 그만큼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방안 면에서는 두 갈래의 이견을 보이고 있다. 문예진흥원과 한국예총으로 대표되는 기성 문화예술계는 비정치적인 순수·전통예술중심의 점진적 교류를 주장하는 반면, 민예총으로 대표되는 진보적 문학예술계는 정치·군사적 문제와의 병행, 재야단체와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또 한국예총은 최근 성명을 통해 『남북문화예술교류의 창구를 한국예총 및 10개 회원단체와의 협의체로 일원화할 것』을 촉구했으나, 민예총은 『진보적 문예운동의 대표인 민예총과 북한의 문학예술총동맹간의 조직적인 교류통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예총과 교류문제를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융통성도 비치고 있다.
문화발전연구소 주최 토론회의 문학정책분야 발표자인 임희섭 교수(고려대)는 『교류의 주체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맡되 정부는 민간의자발성을 최대한 보강해야한다』며 『교류프로그램은 체제 우월성을 드러내는 작품보다 보편적 민족정서가 담긴 내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연예술분야발표자인 유민영 교수(단국대)도 교류프로그램으로 『기악·성악·무용·전통극·현대극의 순으로 이념적 메시지가 적은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며 『졸속이며 대규모적인 것보다 민간단체의 예술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교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민예총 남북문화예술교류특별위원회는 6일 토론회의 발제문에서 정부와 보수적 문화예술계의 입장을 비판하고 『정치성이 배제된 문화교류는 오히려 통일에 역기능적』이라고 주장했다.
민예총은 『문화에서 정치성이 배제될 때 민중현실과 무관하게 되며, 이는 시대의 삶을 반영하는 진정한 문화라 볼 수 없다』며 정치성이 불가피한 문화교류와 함께 ▲정치·군사적 긴장완화 노력▲국가보안법 등 실질적 교류에 장애가 되는 법·제도적 장치의 제거노력 등이 범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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