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잔존암 평가’로 맞춤치료, 다발골수종 완치 길 열어

중앙선데이

입력 2022.09.17 00:20

지면보기

805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다발골수종은 혈액암 중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암 중 하나다. 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골수에 있는 형질세포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림프구의 정상 분화과정 후 생성되는데,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여러 면역단백을 생산하고 몸을 감염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증식하면 암성 단백(M단백)을 생산하고 뼈를 약화해 고칼슘혈증, 신장 기능 저하 또는 빈혈 등의 증상이나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중증 감염 등을 초래한다. 특히 고령에서 발생빈도가 크게 증가하는 질환으로, 건강보험공단의 최근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새롭게 진단된 환자 중 60세 이상이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많은 암의 발생률이 줄어들고 있지만, 다발골수종을 포함한 대부분의 혈액암은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의 특징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다발골수종, 혈액암 중 발생빈도 높아

자가 조혈모세포이식 치료가 보편화하고 면역조절치료 및 표적치료를 포함한 신약이 꾸준히 도입되면서 다발골수종의 치료 성적은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생존 기간이 2년 남짓이었던 다발골수종은 현재 다양한 기전의 신약 도입과 이들을 다양하게 병합해 제공하는 치료기술의 발달로 초기 치료의 반응률은 약 95%에 이르고, 생존 기간은 평균 10년 이상이 됐다. 하지만 통계 기록은 참고 자료일 뿐이다. 개별 환자의 예후 지표는 총괄적이고 맞춤형으로 평가돼야 한다. 이런 개별 위험도 분류와 이에 따른 환자 개인별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맞춤형 치료’라고 하며, 기존의 천편일률적 치료전략과는 구분되는 현대 의료의 중요한 개념이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치료성적의 괄목할 만한 향상에도 불구하고, 다발골수종은 필연적으로 재발성 경과를 밟게 된다. 즉, 신약 도입으로도 완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장기 치료 반응을 획득해 장기간 안녕한 삶을 살아간다. ‘통계적으로 생존 기간이 10년으로 향상됐다’는 의미는 과장을 다소 섞어 어떤 환자가 15년 또는 20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의료현장에서 이런 장기 예후가 양호한 환자들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 분야다. 장기생존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적용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요구하는 고위험 환자와 독성을 수반하는 면역항암치료를 최소화하더라도 치료 효과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저위험군을 나눠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의 위험군을 나누는 다양한 기술 중 가장 주목받는 방법은 치료반응 평가를 정밀화하는 기술이다.

현재까지 다발골수종을 진단하고 표준화해 평가하는 방법은 환자의 골수를 채취해 다발골수종의 기원 암세포인암성 형질세포의 양을 측정하거나 혈액 또는 소변에서 암성 단백(M단백)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런 고전적인 평가 방법은 약 1000개의 세포 중 다발골수종 암세포 관련 정보가 있다는 것을 평가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보다 정밀한 기술은 1000개보다 많은 세포 수준에서 암세포가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1000개 수준의 세포를 확인하는 검사법에서는 다발골수종 암세포가 관찰되지 않더라도 1만개의 세포 수준에서 다시 고찰해보면 암세포가 새롭게 관찰될 수 있으며, 필연적으로 재발성 경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혁신적 지표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고전적인 기술과 차별하기 위해 ‘미세잔존암 평가’로 부른다. 미세잔존암 평가는 최소 1만개 이상의 세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노동적·비용적 측면에서 혁신적으로 개선된 다채널 유세포분석검사 또는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가능하다. 국내 기관들은 다발골수종의 치료반응 평가에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활발히 적용 중이다. 최근 국제다발골수종학회에서는 1년 간격으로 3회 평가한 미세잔존암 평가에서 미세잔존암이 없는 경우, 다발골수종이 없는 일반인과 동일한 생존 기간을 보인다는 매우 고무적인 데이터가 발표되기도 했다. 즉, 장기 생존 기간 증대라는 모호한 목표가 미세잔존암 제거라는 구체적인 목표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를 달성하기 위한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현실화됐다.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국내 기관 일부는 다발골수종 신약 치료 및 자가 조혈모세포이식 치료 후 기존 방법에서 완전관해를 달성한 환자의 미세잔존암 평가를 수행한 결과, 2년 이상 미세잔존암이 없는 환자는 약 3년의 추적 기간 동안 재발 없이 좋은 예후를 보였다.

여전히 다발골수종 관련 미세잔존암 평가를 활용한 맞춤형 치료전략은 보다 고도화·표준화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장의 완치 요구에 다가가기 위한 중요한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정밀 반응 평가를 통해 완치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대표 질환인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전략 개발 과정이 대표적인 선례다. 다발골수종을 포함한 다른 혈액암과 달리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질환의 진단과 추적에 BCR/ABL이라는 표적 유전체 이상을 정밀 PCR 검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이를 지표로 치료함으로써 완치에 가까운 치료성적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환자들에게도 희망적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고령층 발병 급증,  60세 이상이 75%

미세잔존암 평가의 중요성과 함께 측정 기술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1만개 수준이 아닌 10만개의 세포 관찰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으며, 통증과 출혈 위험을 수반하고 있는 골수내 세포를 관찰하는 것이 아닌 정맥채혈에서 확보되는 말초혈액세포에서 미세잔존암 평가를 시도하는 방법 역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다발골수종을 포함한 모든 의료 영역의 치료 기술은 개별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기술은 모호하고 이질적인 개별 환자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전환하는 절차가 필수이며, 미세잔존암 평가는 치료 관련 평가 기술로서는 가장 혁신적인 지표로 활용될 것이다. 여전히 난치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는 다발골수종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미세잔존암 평가기술의 제고가 희망의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

박성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2008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발골수종, 형질세포질환, 조혈모세포이식, CAR-T 세포치료가 전문분야다. 2022년 제63차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 우수연구자상, 2021년 제26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우수포스터상, 2019년 제24차 APBMT·ICBMT 및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공동 학술대회 우수구연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최신면역치료와 CAR-T를 포함한 세포치료제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