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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수술 뒤 보조항암 치료해야 재발 30~40% 낮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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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위암 수술하고 식사를 잘 못 하는데 항암 치료해도 괜찮을까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위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앞두고 걱정하며 흔히 묻는 말이다. 위암 수술을 받아서 위가 작거나 혹은 없는 상황에서 아직 식사를 잘 못 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항암 치료 잘 받을 수 있다. 꼭 하셔야 한다”고 의료진은 덤덤하게 답한다. 환자들은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항암 치료를 권하는 의사 역시 이런 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권하는 이유는 분명한 득이 있기 때문이다.

암 진행도 높을수록 병행요법 효과

전 세계적으로 위암의 치료 패턴은 약간씩 다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위암이 매우 호발하는 나라이고 외과 의사들의 수술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위암 진단 뒤 수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치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국내에서 위암의 항암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국소진행성 위암 환자가 수술을 받은 후 재발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이다. 둘째는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병의 악화를 막고 암의 호전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이 글은 첫 번째 보조항암 치료에 관한 것이다.

수술 후 항암 치료의 최우선 목적은 재발 확률을 줄이고 생존 기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우선 수술을 받은 환자가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은 재발이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재발 확률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확률을 낮추고자 항암 치료를 하는데 이를 보조항암 치료라고 부른다. 10~15년 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시행한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보조항암 치료는 재발위험도를 30~40%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술 후 병리학적 병기로 2기 이상인 경우 보조항암 치료를 시행한다.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수술 후 언제 항암 치료를 시작하느냐다. 일반적으로 대략 수술 후 8주 이내에 시작한다. 그럼 다시 돌아오는 질문은 “8주 안에 항암 치료를 할 만큼 컨디션이 좋아질까요?”다. 이런 염려는 당연하지만 “열심히 수술 후 회복에 힘쓴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답변드린다.

보조항암 치료는 1년 요법과 6개월 요법이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암 요법은 ‘TS-1(이하 티에스원)’이라는 경구 항암제를 1년 동안 복용하는 방법과 경구약 ‘카페시타빈’과 주사 항암제 ‘옥살리플라틴’을 함께 투약(이하 젤록스)해 6개월 동안 치료하는 방법이다.

티에스원 요법은 하루 2회, 식후에 복용한다. 일반적으로 4주를 연속으로 복용하고 2주를 쉬게 되며, 총 1년 동안 반복한다. 주요 부작용은 설사, 구역, 구토, 구내염, 피로, 식욕부진과 같은 비특이적인 부작용이다. 수족증후군(손·발바닥 변색, 물집, 피부 벗겨짐 등) 등도 나타난다. 또한 백혈구 감소, 빈혈 같은 혈구 감소증도 나타날 수 있다.

젤록스 요법은 옥살리플라틴 주사를 3주에 한 번, 카페시타빈 경구약제는 2주 복용, 1주 휴지기로 갖고 총 6개월간 진행한다. 젤록스 요법의 주요 부작용은 설사, 구역, 구토, 구내염, 피로, 식욕부진과 같은 비특이적인 부작용과 수족증후군, 백혈구 감소, 빈혈 같은 혈구 감소증이 나타날 수 있고 말초신경병증이 매우 흔하다. 특히 반복적으로 투여할수록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6개월 항암요법을 모두 종료하고 난 후에도 수개월 혹은 길게는 수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손발이 찬 겨울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장갑 같은 것으로 손발을 따뜻하게 하는 게 도움되고, 찬물에 노출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가 도움되는 경우도 있으니 담당 교수와 상의해 말초신경병에 대해 약물치료를 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옥살리플라틴 주사항암제는 약제 투약 시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투약 시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

티에스원과 젤록스 중에서 어떤게 더 적합한 요법인지 한마디로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환자의 의학적 상황에 맞춰 담당 교수가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만 여러 연구에서 암이 좀 더 진행된 경우(병기가 좀 더 높을수록) 젤록스 병합요법이 티에스원 단독요법보다 좀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환자의 여러 가지 의학적 상태를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적합하다.

최근에는 여러 암종의 신약이 많이 나와 관심도가 높다. 보조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 환자, 가족과 이야기하다 보면 “보험이 안 되더라도 더 효과가 좋고 덜 힘든 약이 있다면 선택하고 싶다”고 문의한다. 최근 여러 암종에서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와 같은 신약들이 환자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진행성·전이성 위암에서 옵디보 같은 면역항암제가 국내에 승인되면서 이런 약제들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보조항암 치료에 있어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는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없어, 아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승인되지 않았다. 미래에 이런 약제들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치료 받으며 사무·가벼운 운동 가능

처음 내과 의사를 시작했을 때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느냐”는 것이라서 적잖이 놀랐다. 이를 통해 의대에서 배웠던 지식이나 의사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환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재발 없이 오래 사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추는 데 반해, 환자에겐 이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 경험은 이후 진료하는 데 많이 참고하게 됐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다행히 위암의 보조항암 치료는 탈모나 그 외 외형 변화가 심하지 않다. 따라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치료를 잘 받으면 된다. 물론 개인차는 있을 수 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등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염려도 많다. 이 또한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의 생업 혹은 힘든 치료를 달래 줄 여가생활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무나 가벼운 운동은 가능하다. 다만 사람마다 나타나는 부작용의 정도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 계획 전부를 세우기보다는 1~2주기 항암 치료를 해보면서 담당 교수와 상의하면 가장 적절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김인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2006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종앙내과 교수로서 위암·식도암·비뇨기암 항암 치료가 전문분야다. 현재 미국임상암학회, 유럽임상종양학회, 대한암학회, 종양내과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현재 유튜브 ‘항암팟’ 채널을 운영하면서 항암 치료와 관련된 내용을 환우들에게 전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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