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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5분 후 뇌손상…‘FAST 법칙’ 숙지해야 장애 줄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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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뇌졸중 전문의가 꼽혔다. 뇌졸중은 사망 혹은 영구적인 심각한 장애를 남기는 질환이다. 다행히 뇌졸중의 진단 및 치료가 발전하며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장애율은 여전히 높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뇌졸중이 급격히 증가한다.

뇌졸중은 뇌에 산소 및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혹은 파열되면서 뇌세포가 손상돼 신경학적 결핍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혈전 등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이 전체 뇌졸중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뇌는 다른 어떤 장기보다도 허혈에 취약하다. 혈관이 막힌 후 비가역적 손상에 이르는 시간이 5분 남짓이다. 20~40분이 소요되는 심장이나 신장보다 훨씬 짧다. 이는 뇌의 많은 대사 요구량과 관련된다. 인간의 뇌는 기저 대사량을 충족하기 위해 전체 혈류량의 25%를 사용한다.

25세 이상 네명 중 한 명 뇌졸중 경험

허혈성 뇌졸중은 폐색된 뇌혈관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앞대뇌동맥의 경우 운동 감각 마비, 무의지증, 보행 장애 ▶중대뇌동맥의 경우 실어증(우세반구), 무시증후군 및 질병인식불능증(비우세반구), 운동 및 감각 마비 ▶후대뇌동맥의 경우 동측반맹을 포함한 다양한 시각 증상, 이상운동증, 운동 마비 ▶척추기저동맥의 경우 복시, 어지럼, 구역, 구음장애, 운동 실조, 운동 마비, 의식장애 ▶관통 혈관의 경우 순수 운동 혹은 감각 마비, 편측 마비, 구음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이중 뇌졸중 예측력이 가장 높은 증상으로 얼굴 마비, 팔, 다리 위약 및 언어 장애(구음 장애 및 실어증)를 꼽을 수 있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을 진단하려면 신경학적 병력 청취와 진찰을 통해 다양한 뇌졸중 유사질환을 감별하고 신경학적 결핍의 중등도를 평가하며, 뇌 영상을 통해 출혈성 뇌졸중을 배제해야 한다. 확산강조영상 기법의 MRI는 급성 허혈성 뇌졸중 진단이 가장 정확하나 신속하지 못한 반면,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CT 촬영은 신속하게 혈관 폐색, 관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급성 허혈성 뇌졸중 치료는 오랜 기간 아스피린과 같은 경구 약물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1995년경 정맥 내로 혈전용해 약물을 투약하는 혈관재개통술이 임상적 효과를 입증했고, 2015년경에는 동맥 내로 카테터를 삽입해 혈전을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혈관 내 치료가 국제 표준치료로 인정되는 등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혈관재개통술은 회생 가능한 뇌조직이 뇌경색으로 진행하기 전 회복시켜 예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 뇌가 허혈에 취약하고 출혈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치료의 적합성 여부를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특히 정맥내 혈전 용해 치료는 뇌졸중 발생 후 4.5시간 내에만 가능하고,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회생 가능한 뇌 조직이 유의한 수준일 경우 뇌졸중 발생 후 24시간까지도 효과가 입증됐다. 혈관재개통술의 효과는 뇌졸중 발생 후 혈관 재개통의 시간이 짧을수록 효과가 크다.

뇌혈관 재개통술이 적합하지 않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항혈전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신경학적 악화나 조기 재발성 뇌경색 위험을 낮춰 신경학적 장애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중증 뇌졸중 환자들은 급성 심장이상, 심부정맥혈전증, 흡인성 폐렴과 같은 다양한 합병증 위험에 처해 있다. 따라서 뇌졸중 전문 의료 인력과 뇌졸중집중관찰실을 갖춘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예후 개선에 도움된다. 서울성모병원은 급성 뇌졸중 환자를 위해 다양한 분과가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는 혈관재개통술의 적합성 확인과 진단 및 치료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국내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를 줄이려면 급성 뇌졸중 환자의 신속한 응급실 방문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뇌졸중 증상 발생 후 3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는 비율은 41.8%에 불과하다. 효과적인 뇌졸중 치료를 받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빠름을 의미하는 ‘FAST’이다. F는 face(얼굴마비), A는 arms(상지 위약), S는 speech(발음 이상, 실어증), T는 time to call 119(119로 연락할 시간)를 뜻한다. 이는 앞서 말한 가장 예측력이 높은 뇌졸중 증상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Balance(균형 장애) 및 Eye(복시 혹은 시야장애)를 더해 BE-FAST로 기억할 수도 있다.

또한 119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혈관재개통술은 특수 장비, 집중치료실 및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119는 이런 요건을 갖춘 병원의 정보를 갖고 있어 적합한 병원으로 바로 이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119구급차를 이용한 뇌졸중 환자는 40%가량밖에 되지 않고, 뇌졸중 환자 10명 중 2명은 급성뇌졸중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으로 내원해 전문기관으로 다시 전원되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경미한 뇌졸중 증상이 있거나, 이런 증상이 하루 안에 저절로 소실되는 일과성 허혈발작(일명 미니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일 이내 추가 뇌졸중으로 이어질 위험이 2.5%에 달하고, 90일까지는 40%까지 높아진다. 특히 65세 이상, 구음장애 혹은 편측위약, 10분 이상 증상 지속, 당뇨 및 고혈압 등의 요소가 많아질수록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일과성 허혈 발작 혹은 경미한 뇌졸중 증상이 있을 경우에도 뇌졸중 전문의를 찾아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즉각적인 항혈소판제 치료와 함께 위험인자를 개선해야 후속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일과성 허혈발작 때도 전문의 진단을

뇌졸중은 급작스럽게 발생하지만 대부분 만성 질병과 그릇된 생활 습관이 누적돼 발생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비만, 운동 부족, 폐쇄성 수면 무호흡 및 잘못된 식습관이 쌓인 결과다. 위험인자를 정기적으로 평가, 관리하고 치료하면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 또 경동맥, 경두개 초음파 및 MRI, CT 등의 검사를 통해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두개 내외의 동맥경화증 및 협착을 평가하고 치료하면 뇌졸중 위험을 더욱 낮출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5세 이상 성인 네 명 중 한 명은 일생 동안 한 번은 뇌졸중을 경험한다. 뇌졸중으로 인한 장애를 줄이려면 뇌졸중 예방과 더불어 급성기 뇌졸중의 효과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평소 만성 질환을 관리하고, 증상이 있을 때 빨리 뇌졸중 진료의를 찾는 것이 뇌졸중으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민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뇌졸중 치료가 전문분야다. 대한뇌졸중학회를 포함한 다양한 학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혹은 입원 중 발생하는 급성 뇌졸중 환자의 예후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 및 진료 시스템 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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