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HO "코로나 끝 보인다" 오명돈 "한국은 너무 늦게 움직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보건기구(WHO)가 14일 밤(한국시각)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밝혔다. WHO가 팬데믹 2년여 만에 '유행의 끝'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최근 코로나19가 안정기에 근접했다며 출구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백경란 질병관리청은 15일 브리핑에서 "팬데믹의 끝으로 가는 과정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주(5~11일) 세계 사망자가 전주보다 22% 감소해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며 “우리가 코로나19를 끝내기 위해 지금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던 적이 없다. 아직 거기 도착하지 못했지만, 끝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신규 환자 역시 같은 기간 28% 감소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코로나19와 싸움을 마라톤 경주에 빗대 “각국이 이 기회를 잘 잡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각국 코로나19 통계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온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도 21일부터 진단검사 현황 통계 제공을 중단한다. 각국의 확진자·사망자 통계도 매시간 제공하던 것을 하루 1회로 줄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발언에 대해 “국제연합(UN)이 2020년 1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3개월 뒤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부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낙관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WHO의 종식 선언과 관련없이 이미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개별적으로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공식화하며 코로나19와의 공존 전략을 추진해가고 있다. 미국·일본도 규제를 거의 다 풀었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는 1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세계 194개 회원국 사정을 두루 고려해야하는 WHO가 이런 평가를 내놓은 점을 유심히 봐야 한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말은 사실상 '팬데믹 종식 선언'에 버금가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로 본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러나라가 올해 봄부터 방역 정책의 틀을 전환했다. 우리는 WHO의 이번 평가가 나왔는데도 예전 그대로이다. 너무 늦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에 앞서 1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1차 유행에서 6차 유행으로 올수록 치명률이 낮아진 점 등을 근거로 “코로나19가 이행기의 끝자락에 있으며 안정기에 근접했다”며 방역 정책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상황이 이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연내 WHO가 코로나 엔데믹 전환을 선언하며 사실상 종식을 알릴 가능성도 있다. 앞서 신종플루 때는 팬데믹 선언 1년여 만인 2010년 8월 10일 '대유행 이후 시기(post-pandemic)'로 접어들었다며 유행 종료를 선언했다. 당시 WHO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 국지적으로 발병할 수 있지만 전파 수준과 패턴이 계절성 전염병과 비슷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이미 선진국 등에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우리도 출구전략을 짜야한다”라면서도 “고위험군 보호를 해가면서 독감 환자 등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올 겨울은 잘 관리하고 내년 봄께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걸 목표로 계속 (방역)완화 전략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새 변이 발생이 지연되고 많은 인구가 면역을 획득해 향후 피해 크기는 지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며 “종식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좋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정 교수는 “이제 코로나19를 시스템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라며 “코로나19는 일상이 될 수 있다. 남아있는 방역 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15일 브리핑에서 WHO 총장의 발언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종결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유행 감소 시기인 이 시점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국가와 제조업체, 사회와 구성원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백 청장은 “이번 재유행 시기에 4차 접종을 추진하고 먹는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투여하면서 사망과 위중증을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라며 “향후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으로 가는 과정에서 전문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거리두기 없는 추석 연휴 중 대면 접촉의 증가로 단기적으로는 유행 감소세가 정체되거나 일시적인 증가를 보일 수 있다”며 “새로운 변이 확산과 같은 큰 변화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감소 경향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가 한산하다. 뉴스1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가 한산하다. 뉴스1

국내 6차 유행은 추석 연휴 이동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7만1471명으로, 전주(7만2632명)보다 1161명 감소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 초기(2020.1.20~8.11) 2.1%에 달하던 치명률은 최근(6.26~8.20) 0.04%로 떨어졌다. 독감(0.03~0.07%, WHO)과 다를 바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