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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피바람? 새 수장에 '회생의 귀재'…그는 과감히 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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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새 수장, 락스만 나라시만이 13일(현지시간) 시애틀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타벅스의 새 수장, 락스만 나라시만이 13일(현지시간) 시애틀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수장이 다음 달 바뀐다. 시가총액 1008억 달러(약 140조원)의 기업을 진두지휘할 새 얼굴은 락스만 나라시만(55). 인도계이자 영어ㆍ독일어 등 6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컨설팅계의 전설이다. 그가 다음 달부터 지닐 명함엔 그러나 ‘차기 최고경영자(CEO in Waiting)’이라고만 적혀 있을 예정이다. 스타벅스의 지난 1일 발표에 따르면 나라시만은 우선 전 세계 커피 농장이며 스타벅스 지점 등을 돌며 커피 제국의 왕관을 쓰기 위한 훈련부터 하게 된다. 모종의 테스트인 셈이다. 이에 합격하면 내년 4월 ‘차기’ 꼬리표를 뗀다. 현재 스타벅스의 임시 CEO는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다.

나라시만의 스타벅스 행은 글로벌 기업계의 뜨거운 화제다. 스타벅스의 경영은 지금까지 슐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슐츠는 미국 시애틀의 작은 커피숍을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지만, 은퇴를 두 번이나 번복해야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자의 반 타의 반 거론되는 등 정치적 야망도 기업 경영에 있어서 호재는 못 된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일(현지시간) 발행한 최신호에서 “옛 보스가 새 보스의 뒷다리를 잡을 수도 있는 경영권 승계의 위험”이라고 풀이되는 제목을 달은 까닭이다.

창업자이자 스타벅스의 상징인, 그래서 후임자들에겐 버거운 존재인 하워드 슐츠(왼쪽). 그를 바라보는 신임 차기 CEO, 나라시만(오른쪽). 13일 '스타벅스 투자자의 날' 행사 중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창업자이자 스타벅스의 상징인, 그래서 후임자들에겐 버거운 존재인 하워드 슐츠(왼쪽). 그를 바라보는 신임 차기 CEO, 나라시만(오른쪽). 13일 '스타벅스 투자자의 날' 행사 중 사진이다. AP=연합뉴스

2017년 슐츠의 후임으로 케빈 존슨이 취임한 뒤, 스타벅스의 경영은 안정권에 들어서는 듯 했으나 팬데믹 등 여파와 노동조합 결성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인해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존슨은 지난 5월 물러났고 슐츠가 다시 복귀한 뒤 후임자를 물색해 찾은 인물이 나라시만이다. ‘턴어라운드(회생)의 귀재’라 불리는 나라시만은 위기의 수렁에 빠진 기업들을 회생시키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여왔다는 평을 받는다. 20대 초반까지는 기업 경영이라는 천직을 찾지 못했다. 인도의 중남부 푸네 지역에서 나고 자라 현지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미국행을 택한 뒤 펜실베이니어대에서 처음엔 독일어와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다 같은 대학의 명문 경영대학원인 워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고 바로 유명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에 입사한다. 경쟁이 치열한 컨설팅 회사에서 나라시만은 물만난 고기처럼 19년을 일하며 임원까지 승승장구했다. 2012년엔 아예 컨설팅을 넘어 기업 경영에 직접 뛰어들어 펩시로, 2019년엔 레킷으로 이직했다. 레킷은 한국엔 ‘옥시’라는 브랜드명으로 알려졌던 영국의 생활용품 기업이다. 2011년 문제가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그 기업이다.

스타벅스 로고. AP=연합뉴스

스타벅스 로고. AP=연합뉴스

나라시만의 전략은 다분히 교과서적이다. 펩시에서도 레킷에서도, 그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품은 과감히 아웃시키고, 성과가 크지 않은 고연차 직원은 해고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시장의 그에 대한 믿음은 두텁다. 그가 레킷을 떠나 스타벅스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레킷의 시가총액은 당일에 5%, 약 30억 달러 가량이 증발했다.

그러나 스타벅스라는 기업은 좁고 깊다.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의 입맛은 예민하게 바뀌고 있다. 단순한 아메리카노 대신 오트밀 우유부터 디카페인 샷, 제주 녹차 등 다양한 입맛을 잡아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해선 어려운 게 스타벅스의 현재 상황”이라며 “이미 (미국 내) 230개 점포가 노조 결성에 찬성하고 있는 것도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커피를 알아야지만 커피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시만은 특유의 맞춤형 전략으로 펩시와 레킷을 회생시킨 기록이 있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나라시만은 슐츠의 그림자를 넘어 스타벅스를 자신이 있을 곳으로 충분히 만들 자질이 있다”며 “지금이야 (영화 제목처럼,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선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겠지만 혁신과 전략적 비전이 있다면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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