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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없으면 바로 망한다던 애플…10배로 키웠다, 팀 쿡 ‘신의 세 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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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팀 쿡이 애플 CEO가 된 지 지난 24일(현지시각)로 꼭 10년이 됐다. [AP=연합뉴스]

팀 쿡이 애플 CEO가 된 지 지난 24일(현지시각)로 꼭 10년이 됐다. [AP=연합뉴스]

팀 쿡(61)이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4일(현지시각)로 꼭 10년이 됐다. 췌장암으로 사망한 스티브 잡스(1955~2011)로부터 리더십의 바통을 넘겨받았을 때만 해도 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23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애플은 곧 망할 게 분명해.”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쿡은 보란 듯 정반대 결과를 냈다. 숫자가 증명한다.

전 세계 주요 빅 테크 기업의 CEO의 성적은 재임 기간 늘어난 시가총액, 즉 기업의 주식시장 가치로 말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쿡은 10년간 애플의 시총을 연평균 2103억 달러(약 245조 원)씩 증가시켰다. 애플은 지난해 8월 시총 2조 달러(약 2333조 원)를 넘어섰다. 미국 CNBC 등은 지난 6월 “애플 시총이 이르면 내년(2022년)에 3조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적 성장에만 그치지 않고 내실도 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덜 알려졌지만, 더 중요한 건 쿡이 ‘애플 기반경제’, 즉 애플 플랫폼에 연동해 돌아가는 모든 기업의 연 매출을 7배로 늘렸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모든 성과의 바탕은 쿡의 탁월한 리더십과 통찰력이다. IBM에서 경력을 시작한 쿡은 애플 입사 당시 물류 및 재고 관리 전문가에 가까웠다. 그런 그에게 ‘신의 한 수’는 뭐였을까. 이코노미스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그는 디지털 모바일화 흐름에서 앞서갔다. 이코노미스트는 “쿡은 모바일 기기에 대한 세계 시장의 열렬한 수요를 읽고 고성능(souped-up) 아이폰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며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13은 (기존 모델보다) 5000% 정도 빠른 초소형 슈퍼컴퓨터”라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팀 쿡 ‘신의 수’ 3가지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팀 쿡 ‘신의 수’ 3가지

둘째, 그는 글로벌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고 중국 본토에서 100만 명을 고용하는 등 앞서갔다”고 분석했다. 셋째, 그는 이코노미스트가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 앱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조성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잡스조차 앱 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쿡은 앱 시장을 공격적으로 키웠고, 현재 200만개의 앱이 있다. 전 세계 앱 사용자들이 지난해에만 6430억 달러를 결제했다”고 전했다.

쿡의 진정한 차별점은 다른 데에 있다. 그는 기업의 성장에만 몰두하는 CEO가 아닌, 가치와 책임을 중시하는 리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애플 같은 규모의 기업이라면 (인류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선언한 첫 기업인”이라고 표현했다. 또 “잡스가 아이폰을 더 효율적이고 더 예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쿡은 환경 보호의 가치 역시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성을 중시한다. 2014년 언론 기고를 통해 “나는 게이이며, 그런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요지로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다. ‘혼자 빨리’ 가기보다 ‘함께 멀리’ 가는 리더십의 소유자다.

쿡이 일군 애플의 지난 10년은 장밋빛이었다.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쿡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년 더 하라고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은퇴) 날짜는 아직 몰라요. 지금 아주 좋고요. 하지만 ‘10년 더’는 글쎄, 꽤 긴 시간이죠. 아마 10년이나 더 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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