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씨, 다음달 17일 '라스트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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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씨가 은퇴공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흔한 화환 하나 없었다. 은퇴를 축하하러 온 후배도 단 한 명 없었다.

모두들 너무 조촐한 거장의 은퇴 기자회견이라고 했지만 그는 "북적대는 것보다 단촐한 자리가 편하다"고 말했다. 45년의 음악인생을 홀로 걸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란다.

최근 뉴욕타임스까지 극찬한 한국 록음악의 거장 신중현(68). 그가 16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은퇴공연(12월 17일.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갖고, 40여년 음악인생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조용히 사라질까도 생각했는데, 이왕이면 공개적으로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해 '라스트 콘서트'를 갖기로 했습니다. 나이가 들었으니까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나름대로 인생을 정리할 시기도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공식무대에만 서지 않을 뿐 창작활동은 꾸준히 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발현하지 못한 음악성이 남아있고, 녹음해 놓은 음원들도 많기 때문에 음반이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계속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불운한 아티스트'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절이 지금의 신중현을 만든 것 같습니다. 좌절도 많았고, 상황도 비참했지만 떳떳하게 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음악성을 키울 수 있었다는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오히려 행운아라고 할 수 있겠죠."

그는 권력에 의해 문화가 탄압받는 상황이 다시 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70년대 수준 높던 우리의 대중음악이 정권의 문화탄압으로 맥이 끊겼다는 것이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저 개인의 아픔 뿐만 아니라 문화적 손실이 엄청났지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그는 진정한 음악인이 설 자리가 부족한 현재의 음악현실을 개탄했다. 소리만 내면 음악인인 줄 아는 가벼운 가수들이 설치고, 음악의 뿌리도 없이 외래 음악만 추종하는 현실에 대해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외국은 음악에 자기 문화와 전통을 많이 담는데, 우리는 외래음악에 너무 치우쳐 있어요. 우리문화의 바탕 위에 새로운 음악적 창작성을 얹어야 합니다."

그는 "인간적인 음악이 상실되는 시대에 정말로 인간적인 음악, 마음에서 나오는 음악을 이번 마지막 무대에서 들려드리겠다"며 "후배들이 진정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 떠나는 선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내가 만든 모든 곡들은 시대의 산물인 만큼 모두 값진 것"이라며 "배 고픈 상황에서도 나와 함께 작업했던 모든 음악인들에게도 정말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1957년 미8군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62년 국내 최초의 록그룹 '애드 포'를 결성했으며 이후 '덩키스'(1969), '퀘션스'(1970), '엽전들'(1974), '뮤직파워'(1980), '세 나그네' (1983) 등의 그룹에서 활동했다. 펄 시스터즈, 김추자, 박인수, 바니걸즈 등의 가수를 발굴해 데뷰시켰으며, '님은 먼 곳에''커피 한 잔' 등의 히트곡을 만들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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