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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짐 아닌 지질함도 통했다…외신 “모든 OTT, 그와 작업 꿈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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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TV예술과학아카데미,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님께도 감사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 창의적인 비주얼로 구현해 주신 감독님과 ‘오징어 게임’ 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비영어권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50)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격한 목소리로 영어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말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소중한 저희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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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정재는 미국배우조합상 드라마 남자배우상, 인디펜던트 스피릿 남자 최우수연기상,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 등을 받으면서 가능성을 높였다. 아시아 배우가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건 이정재가 처음이다.

배우 이정재는 지난 29년간 늘 스타였다.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지난달 개봉한 첫 연출작 ‘헌트’에 이르기까지, 이름 앞 수식어만 바뀌었을 뿐 늘 정상을 달렸다. 그간 훤칠한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작품마다 최적화한 모습으로 대중을 만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수 배우, 정호연 배우,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이정재 배우, 박해수 배우. ‘오징어 게임’은 6관왕에 올랐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수 배우, 정호연 배우, 황동혁 감독,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 이정재 배우, 박해수 배우. ‘오징어 게임’은 6관왕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의외성을 섹시함의 비결로 꼽는 그의 필모그래피도 의외의 선택으로 가득하다. ‘오징어 게임’도 그중 하나다. “나이가 들다 보니 악역, 센 역할밖에 안 들어와 고민”했던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이 퇴직과 이혼, 도박 빚에 시달리는 대리기사 성기훈 역을 제안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금은 이정재가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배우지만, 한때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순정파 보디가드 백재희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다. “연기가 미숙해 일부러 대사를 줄였다”는 세평에 대해 그는 “이상하게 ‘모래시계’ 촬영장만 가면 대사가 나오지 않았다. 너무 힘을 줘 대사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모래시계’와 영화 ‘젊은 남자’(1994)로 백상예술상·대종상·청룡상에서 신인상을 휩쓸었고, 영화 ‘태양은 없다’(1999)로 청룡상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꿰찼다. 그런데도 그는 “제대로 연기를 배워본 적 없는” 데 갈증을 느꼈고, 동국대에서 공연영상예술학 석사까지 마쳤다. 영화 ‘오! 브라더스’(2003) 촬영 당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최형인 교수를 찾아가 개인 레슨을 받은 일화도 유명하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2012) 뽀빠이,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2013) 이자성, 한재림 감독의 ‘관상’(2013) 수양대군, 최동훈 감독과 다시 만난 ‘암살’(2015) 밀정 염석진 등 독보적인 악역 캐릭터를 구축했다. ‘도둑들’ ‘암살’과, 염라대왕으로 특별출연한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 등 천만 영화만 4편이다.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정재는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에 캐스팅되는 등 ‘n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 외신은 “‘오징어 게임’ 이후 모든 OTT가 이정재와 작업하길 꿈꾼다”(데드라인), “이정재 할리우드 진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UPI) 등 기대감을 표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의 레이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등 차기작 일정도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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