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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집사'들의 명절 전쟁…"좋은 펫시터 어딨나" 또 난리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장민경(26)씨는 이번 추석에 경기도의 본가로 가면서 오는 9일부터 나흘간 펫시터(반려동물 돌보미) 서비스를 쓰기로 했다. 1년 반 동안 함께한 반려묘 ‘슈슈’를 돌보기 위해서다. 3박 4일을 맡기는데 10만원 정도가 들지만 슈슈를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다는 게 장씨의 생각이다. 그는 “고양이는 이동하면 스트레스를 받는지라 집에 남겨야 하는데, 혼자 두기엔 걱정이 많다”며 “지인들에게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고, 혹시 아프면 바로 병원도 데려가야 해서 펫시터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올 추석에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사’들이 분주했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명절 기간 고향에 내려가면서 반려동물을 홀로 남겨야 하는데, 관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기준 606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4집 건너 1집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시대가 되면서 연휴 때면 장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장민경(26)씨는 오는 9일부터 나흘간 펫시터(반려동물 돌보미) 서비스를 쓰기로 했다. 반려묘 ‘슈슈’를 돌보기 위해서다. 사진 독자 제공

장민경(26)씨는 오는 9일부터 나흘간 펫시터(반려동물 돌보미) 서비스를 쓰기로 했다. 반려묘 ‘슈슈’를 돌보기 위해서다. 사진 독자 제공

“좋은 펫시터 찾아요” 명절마다 난리

명절을 앞둔 집사들이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펫시터였다. 5~6년 전부터 등장한 펫시터는 하루에 1번 집에 방문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반려인의 집에 머물며 반려동물의 식사나 놀이를 책임진다. 예민한 성격의 반려동물이 다른 공간에 가는 것을 꺼릴 때도 있고, 집에서 쓰는 장난감으로 펫시터가 반려동물을 놀아줄 수도 있어 펫시터를 애용하는 집사들이 늘고 있다. 연휴 때만 되면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서도 펫시터를 구한다는 구인글이 줄을 잇는다.

과거 펫시터는 지인으로부터 알음알음 소개를 받는 식이었다. 그러다 펫시터 수요가 최근 급증하면서 온라인 중개업체에서 신원검증을 한 펫시터를 플랫폼에서 찾는 방식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펫시터는 1회 방문당 2~3만원을 받는다. 펫시터 전문 플랫폼 업체만 7~8개 생겼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펫시터 서비스 업체 펫트너의 최가림 대표는 “이번 추석 연휴만 해도 평소보다 5배 정도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력 좋은 펫시터는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도 바로 알아봐 인기가 많다고 한다.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한모(31)씨는 “소위 ‘지인찬스’를 통해 지인들에게 밥 주는 것이나 화장실 치우는 것을 부탁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짧은 기간 자리를 비울 땐 이왕이면 동물을 잘 아는 펫시터에게 맡기는 게 마음이 더 편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베이비시터만큼 좋은 펫시터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반려인들 사이에 돌 정도다.

지자체까지 나서 “대신 돌봐드려요”

연휴 기간 반려동물 돌봄 수요가 많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서초구는 2019년부터 추석 등 연휴 기간 반려견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주민을 위해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전문 펫시터가 반려견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노원구는 2018년 추석부터 명절마다 구청 대강당을 활용한 반려견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 30마리까지 수용 가능하며, 맡기는 기간에 상관없이 5000원의 위탁비만 내면 된다. 그리워할 견주들을 위해 하루에 2번 사진 전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명절에 버려지는 유기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까지 나서 반려동물을 돌보는 이유는 여전히 기차나 고속버스에 반려동물을 태워 고향에 가기엔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SRT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동반 승차할 경우 좌석을 별도 예매할 수 없다. 이동장에 동물을 넣어 무릎 위에 두거나 발아래 두는 것만 가능하다. 반려견을 키우는 대학생 박선영(23)씨는 “옆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동물을 싫어할 수도 있고, 사람이 많은 곳을 개가 너무 무서워해서 한 번도 연휴에 같이 움직인 적이 없다”면서 “연휴가 아무리 길어도 반려견을 돌보기 위해 집에서 1박만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집사들에게는 애견호텔이 좋은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반려견을 위한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반려동물들이 좋아하는 동영상을 TV로 틀어주는 곳도 있다. 1박에 3만~5만원으로 부담스러운 비용이지만, 명절이나 휴가철 같은 성수기 때 반려동물을 맡기려면 2~3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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