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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값 썼더니…한밤12시 "자니?" 덕질하던 그 스타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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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욱이 지난 5일 자정 보낸 유니버스 프라이빗 메시지 화면. 사진 인터넷 캡처

배우 이동욱이 지난 5일 자정 보낸 유니버스 프라이빗 메시지 화면. 사진 인터넷 캡처

“오늘도 고마웠고 덕분에 행복했어.”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의 ‘찐팬’인 김현혜(37)씨는 지난달 전남 순천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대회 흥국생명 경기를 관람한 뒤 그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김씨가 지난 2월부터 월 4500원을 내고 이용 중인 ‘스포츠 버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다. 그는 이용료에 대해 “월 4500원, 커피 한잔 값이라 큰 부담은 없다”며 “더 자주 소통할 수 있다면 월 45000원이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버블 포 스포츠’는 스포츠 스타가 팬들을 위해 직접 작성하는 프라이빗한 메시지를 1대1 채팅 형태로 팬들에게 전송해주는 ‘팬덤 플랫폼’이다. 팬 역시 스타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는데 스타에게는 단체 채팅방 형태로 팬들의 메시지가 노출된다. 버블은 배우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다른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 배우 이동욱. 사진 상하이 SNS, 웰메이드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 배우 이동욱. 사진 상하이 SNS, 웰메이드

직장인 이모(35)씨는 요즘 ‘이동욱 프메’의 늪에 빠져 있다. 배우 이동욱은 지난달부터 유니버스 어플리케이션의 프라이빗 메시지 기능을 통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사실 원래 이동욱 팬은 아니었는데 요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빠져들었다”며 “월 구독료 7900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어느새 그와 프메로 소통하는게 삶의 낙이 됐다”고 말했다.

디어유의 ‘버블’,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 등 새로운 팬 플랫폼이 MZ세대의 팬심을 자극하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디어유는 매출액 116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해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0.8% 증가했다. 현재 버블 구독자 수는 150만명이며 이용자의 80%이상은 10~20대다. 유니버스도 지난 2월 기준 한국,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233개국에 서비스하며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2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맛에 '덕질'" "설렌다"...지갑 여는 MZ  

사진 유니버스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사진 유니버스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MZ세대가 이같은 유료 소통 창구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뭘까. 우선 1대1 메시지처럼 노출되는 형식이다보니 이용자들은 스타가 먼저 말을 걸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동욱은 지난 5일 자정 “자? 아직 안자네” “촬영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인데 잘자라고 인사하려고”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전남친에게 연락온 줄 알았다” “이렇게 설레게 해도 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연경 선수의 버블을 구독 중인 김씨는 “김연경 선수의 한국 무대 공식 복귀전을 보러갔는데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주니 ‘아 이래서 덕질을 하는구나’ 싶었다”며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팬들이 궁금해할까봐 근황 사진을 올려주는 등 바쁜 와중에도 소통하려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공식 미디어나 SNS를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제공되던 메시지와 달리 연예인 본인의 생각이나 진솔함이 잘 드러나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0대인 이동욱은 10대 팬들에게 “오빠말고 삼촌이나 아저씨로 불러라” “숙제 도와줄게”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나의 성공은 너의 사랑이 없었으면 소용없다” “이 공간만큼은 다들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등 감동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소통 빈도에 따라 이용자 만족도 천차만별

가수 강다니엘이 지난 7월 19일 오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Bluedragon Series Awards)’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가수 강다니엘이 지난 7월 19일 오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Bluedragon Series Awards)’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아티스트의 소통 빈도에 따른 만족도 격차, 접속 장애와 같은 시스템 불안정 등은 한계로 꼽힌다. 최근엔 정제되지 않은 대화가 외부에 노출돼 논란이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수 강다니엘은 지난 7월 유니버스 프라이빗 메시지를 통해 케이블채널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 MC 합류 소감을 말하던 중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이라 너무 편하다. 행복해 기 안 빨려서”라고 말했다. 앞서 진행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여성 출연자들이 부담스러웠다는 취지여서 성별 갈등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강다니엘은 “본의를 지나치게 과장되게 표현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팬덤 플랫폼들이 이용약관을 통해 ‘유료 콘텐트 외부 유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원천봉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용자들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개인SNS에 #프메 #버블 등 해시태그를 달고 스타와의 대화 내용을 인증하거나 감상을 남기면서 또다른 팬덤문화를 형성하고 있다.입소문을 타서 이용자가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보니 팬덤 플랫폼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커피 한두잔 값이라지만...덕질도 돈 있어야 하는 시대

월 1만원 수준이라곤 하지만 유료 서비스가 부담스러운 팬들에게는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팬덤 플랫폼 안에서는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외에도 유료 이용자들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트 제공, ‘굿즈’와 앨범 판매 등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의 ‘덕질’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사진으로 필통을 만든다거나 방 안에 브로마이드를 붙이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팬덤 플랫폼을 통해 돈을 써야만 진정한 덕질이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추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마케팅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도 그 중 하나로 일상에 침투하고 있다”며 “팬덤 소비의 영역에서 적정선을 넘는 수준의 비용을 치르게 한다거나 서비스 수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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