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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태풍피해, 냉천 주변 집중…정비사업이 화근 됐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희생자 7명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반이 침하되면서 통째로 기울어진 펜션 건물, 추석을 앞두고 진열 상품 상당수가 물에 잠긴 이마트 포항점….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물폭탄을 맞은 포항에서 유독 피해가 컸던 곳들이다. 공통점은 인근에 ‘냉천’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냉천은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 발원해 영일만을 통해 동해로 빠져나가는 지방하천이다. 평소엔 ‘마른 하천’이었지만 이번 폭우에 무섭게 불어나 피해를 키웠다.

오천읍에서 25년째 사는 주민은 “과거에는 폭우가 내려도 넘친 적이 없던 냉천이 범람하게 된 것은 최근 이뤄진 정비사업으로 강폭이 좁아진 탓”이라고 한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했다. 245억4900만원을 들여 오천읍 진천저수지에서 동해면까지 8.24㎞ 구간을 재정비했다. 이어 1.8㎞ 구간은 18억6000만원을 들여 2020년까지 추가 정비했다. 수풀로 뒤덮여 있던 하천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운동기구 등이 설치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냉천이 범람한 것은 정비사업과는 무관하다”며 “냉천의 한계 수량은 시간당 77㎜인데 이번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내려 감당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주민들은 정비사업 전인 1998년 9월 포항을 덮친 태풍 ‘예니’ 당시 516.4㎜의 비가 내렸어도 넘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정비사업을 시작하고 냉천에 폭우만 쏟아지면 각종 시설이 쓸려내려가곤 했다”며 “범람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 참사 희생자 첫 장례식=태풍 ‘힌남노’ 여파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의 첫 희생자 장례식이 8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9시쯤 경북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A씨(54·여)의 발인이 진행됐다.

A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오후 10시9분쯤 지하주차장 출입구 부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날 오전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옮겨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달려갔다가 결국 나오지 못했다.

침수 참사로 희생된 나머지 6명의 발인은 9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합동분향은 유족이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피해보상도 최대한 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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