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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박수근·이쾌대·나혜석…한국 근대미술 LA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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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1948~49).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1948~49).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조선 후기부터 일제시대까지 초상화가로 활동한 채용신의 1920년 작품 ‘고종황제어진’부터 ‘국민화가’ 이중섭의 ‘흰소’(53~54),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48~49), 나혜석의 ‘자화상’(28년 경)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 130여 점이 최근 태평양을 건넜다.

오는 11일 미국의 LA카운티미술관(LACMA·라크마)에서 개막하는 전시를 위해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라크마에서 ‘사이의 공간:한국미술의 근대’ 전시를 11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연다고 6일 발표했다. 서구권 국가에서 한국의 근대 시기를 주제로 열리는 첫 기획전이어서 현지 반응이 주목된다.

배운성, 가족도, 1930~35년, 캔버스에 유채, 139x200.5, 개인소장.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배운성, 가족도, 1930~35년, 캔버스에 유채, 139x200.5, 개인소장.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LA 카운티뮤지엄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며, 현대자동차가 후원했다. LA 카운티뮤지엄과 현대자동차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인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의 일환이다.

일제강점기, 45년 해방, 50년 한국전쟁을 거치는 시기에 제작된 작가 88인의 작품 130여 점은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밀려오면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고 융합했던 격렬한 역동기의 작품들이다. 전시작 중 62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고, 이중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작품이 21점에 이른다. 출품작에는 배운성의 ‘가족도’(30~3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고희동 ‘자화상’(15), 김환기의 ‘론도’(38), 오지호 ‘남향집’(39) 등 등록문화재도 넉 점 포함됐다.

방탄소년단 RM

방탄소년단 RM

이번 전시를 위해 방탄소년단 RM이 오디오가이드 음성녹음 재능 기부에 참여했다. RM은 직접 작품 선정에 참여해 총 10점의 작품 설명을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녹음했다. RM이 해설한 작품은 채용신의 ‘고종황제어진’, 나혜석의 ‘자화상’,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장욱진의 ‘나룻배’, 변월룡의 ‘1953년 9월 판문점 휴전회담장’, 김환기의 ‘산월’, 유영국의 ‘작품’, 박수근의 ‘유동’, 권진규의 ‘비구니’ 등이다. RM의 전시해설은 전시장에선 물론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도 누구나 들을 수 있다.

LA 한국문화원에서는 LACMA과 함께 한국 근대영화 상영전도 연다. 마이클 고반 LACMA CEO이자 왈리스 아넨버그 디렉터는 “이 전시는 한국 미술사 격변의 시기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다른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근대 시기를 고스란히 담은 당시 미술작품들을 서구권에서 처음 쏘아 올리는 신호탄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출품작 중 채용신이 그린 고종황제 초상화는 20년 고종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뒤 제작됐다. 화면 오른쪽에 ‘태상황제’였던 고종이 49세일 때 그린 어진을 다시 따라서 그렸다고 적혀 있다. 국립미술관은 “고종을 추모하는 누군가의 의뢰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서양화를 공부한 여성화가 나혜석의  ‘자화상’도 포함됐다. 1896년생인 나혜석은 여성해방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신여자’라는 잡지를 만들고, 수많은 여성해방 관련 글을 기고하며 삽화를 그리고, 소설을 쓰는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유영국의 57년작 ‘작품’과 김환기의 58년 작 ‘산월’, 박수근의 63년 작 ‘유동’, 권진규의 71년 조각 작품 ‘비구니’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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