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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뚫린 원화값…1370원도 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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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바닥이 뚫린 듯 원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달러=1370원’을 넘어섰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8.8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7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이 달러당 1370원 선 아래로 밀린 것은 2009년 4월 1일(종가 달러당 1379.5원)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달러당 1365원으로 미끄러지며 연저점을 찍은 원화값은 장중 한때 달러당 1375원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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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파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3포인트(0.24%) 내린 2403.6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2392.63까지 떨어졌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줄여 간신히 2400선에 턱걸이했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7월 2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4.45포인트(1.84%) 내린 771.43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정부는 외환시장 개장 전부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8월 들어 무역수지 악화, 위안화 약세 영향 등이 겹쳐 달러당 원화값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내·외국인 자본 흐름 등 외환 수급 여건 전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가치 하락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추경호 “외환수급 모니터링” 원화 방어 나섰지만 역부족

지난달 29일 13년여 만에 달러당 1350원 선으로 밀리더니 이후 5거래일 만에 20원 더 떨어지며 하락 폭을 키웠다. 연초(달러당 1191.8원)와 비교하면 원화값이 달러당 180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화값 하락세에 불을 붙인 것은 ‘수퍼달러’(달러 강세)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유럽·중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더해져 안전자산인 달러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날 5일 오후 3시30분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110.11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2002년 6월 18일(110.2)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럽 금융시장은 천연가스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긴장 상태다. 러시아가 정기 점검을 이유로 지난 2일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노르트스트림관을 차단한 뒤 공급 재개를 미루고 있어서다. 천연가스 중단 우려에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로화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0.7% 하락한 유로당 0.9884달러에 거래됐다. 달러 강세로 지난 22일 유로화 가치는 종가 기준 처음으로 ‘1유로=1달러’ 패리티(Parity)가 깨졌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는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다시 도시를 봉쇄하고 있다. 중국의 서부 경제도시 청두가 전면봉쇄 기간을 연장한 데 이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도 사실상 봉쇄에 들어섰다.

연내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 선까지 밀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박상현 연구위원은 “글로벌 긴축 움직임에 유럽발 에너지 위기와 중국 봉쇄 우려 등이 겹치면 원화값은 단숨에 달러당 14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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