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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군무 대신 개성·편안함…4세대 걸그룹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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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4세대 걸그룹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7월 데뷔한 뉴진스가 ‘어텐션(Attention)’으로 여름 음원 시장을 평정했다. 지난달 말 컴백한 아이브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2세대 걸그룹 소녀시대부터 3세대 블랙핑크까지 총출동한 상황인데도 신예들의 기세가 무섭다. 아이브가 지난 4월 발표한 ‘러브 다이브(LOVE DIVE)’가 4위(8월 멜론 월간 차트 기준)를 지켰고, 뉴진스의 또 다른 타이틀곡 ‘하이프 보이(Hype boy)’는 5위에 올랐다.

에스파

에스파

이들의 행보는 선배 걸그룹과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 ‘지’(2009) 등 전 국민이 아는 메가 히트곡을 내놓은 음원 강자였지만, 음반 판매는 약했다. 4세대 걸그룹은 보이그룹 못지않은 화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12월 데뷔한 아이브는 첫 미니앨범 ‘일레븐(ELEVEN)’ 26만 장, ‘러브 다이브’ 66만 장, ‘애프터 라이크’ 108만 장 등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블랙핑크가 2020년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 125만 장으로 포문을 연 이후 에스파 미니 2집 ‘걸스(Girls)’ 164만 장 등 걸그룹도 밀리언셀러 시대를 맞았다. 16일 발매되는 블랙핑크 2집 ‘본 핑크(BORN PINK)’는 선주문만 200만 장이다.

뉴진스

뉴진스

흥행 지표인 앨범 발매 첫 주 초동 판매량도 매달 기록 경신이다. 지난 1월 케플러의 ‘퍼스트 임팩트(FIRST IMPACT)’가 20만 장으로 역대 걸그룹 데뷔 앨범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5월 르세라핌 ‘피어리스(FEARLESS)’가 30만 장, 7월 뉴진스의 ‘뉴 진스(New Jeans)’가 31만 장 등 등장하는 팀마다 이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블랙핑크의 성공 이후 기획사에서 걸그룹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해외시장에서 승산이 있어 보이자 걸크러쉬를 표방하는 여러 팀이 만들어졌고, 국내외 여성 팬의 신규 유입으로 음반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양한 팀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걸그룹의 기본 공식이었던 청순 혹은 섹시, 큐티 콘셉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졌다. 4세대 걸그룹의 시작을 알린 ITZY(2019년 데뷔)만 해도 JYP 선배 그룹인 원더걸스나 트와이스 등 트렌디한 걸그룹의 계보를 잇고, 2020년 데뷔한 에스파도 ‘광야’로 대표되는 SM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팀이었다. 하지만 후속 팀들은 결이 다르다. 같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라도, 쏘스뮤직에서 데뷔한 르세라핌은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앞세웠고, 어도어에서 만든 뉴진스는 티저 영상 하나 없이 샤넬 브랜드 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뉴진스는 전 SM 비주얼&아트 디렉터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로 이적해 처음 선보인 팀인 만큼 스타일링도 화제를 모았다. S.E.S. 등 1세대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과 편안한 의상은 기성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10대 소녀들과 동질감을 만들어냈다. 완벽한 군무나 화려한 고음 대신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점도 다르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에스파나 르세라핌처럼 콘셉트가 너무 강한 팀은 멤버 개개인이 묻히는 경향이 있다. 뉴진스는 오히려 콘셉트를 없애면서 각자의 매력이 잘 드러나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짚었다.

아이브

아이브

아이브는 1020 여성 팬들의 ‘워너비’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을 통해 결성된 아이즈원의 활동이 끝나고 아이브로 재데뷔한 장원영·안유진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안유진은 tvN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아이돌답지 않은 반전 매력을 뽐낸다. 대학생 김소진(23)씨는 “아이브는 노래나 무대도 좋지만, 패션이나 메이크업이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화젯거리”라며 “아이돌 세계관 경쟁이 심해져 공부할 게 너무 많다. 오히려 라이트한 팀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규탁 교수는 “아이즈원은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의 순위 조작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는데, 새로운 팀으로 활동해 많이 희석됐다”며 “포인트 안무로 틱톡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러브 다이브’나 2세대 아이돌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풍의 ‘애프터 라이크’ 등 노래와 팀의 장점이 맞아 떨어지면서 시너지가 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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