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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물 주는 대신 오일로 지킨다, 시들지 않는 꽃의 아름다움

중앙일보

입력

종이로 꽃을 만드는 ‘페이퍼 플라워’, 일정한 힘을 가해 눌러 말린 꽃을 활용한 ‘압화 공예’ 등 플라워 공예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만들기도 쉽고, 꽃을 다루며 힐링이 되기도 하죠. 플라워 공예 중 하나인 하바리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들지 않은 상태의 아름다운 꽃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하바리움 만들기에 나선 김채원(왼쪽)·이예슬 학생기자.

시들지 않은 상태의 아름다운 꽃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하바리움 만들기에 나선 김채원(왼쪽)·이예슬 학생기자.

하바리움(Herbarium)은 식물을 뜻하는 허브(Herb)와 수족관을 의미하는 아쿠아리움(Aquarium)의 합성어로, ‘식물표본실’ 또는 ‘식물표본관’을 의미해요. 식물을 채집해 계통적으로 분류하고 만든 표본을 전시 또는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장소죠. 주로 꽃을 사용해 ’하바플라리움(Herbafloriu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들지 않은 상태의 꽃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며 오래 보존할 수 있죠. 햇볕을 쬐고 물을 갈아주는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일본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꽃·과실·잎사귀·줄기 등 식물을 하바리움 전용 오일과 함께 병에 담아 보관하는 인테리어·선물용 아이템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일본식 발음 ‘하바리움’으로 우리나라에 전해졌죠. 국내에는 2017년 일본하바리움협회(JHA) 한국지사가 설립, 서울 등 전국 각지에 교육처가 있어요. JHA 인증강사들이 하바리움을 가르치고 새로운 기법을 공유 및 개발하며 하바리움 교육 지도사 자격증 시험도 매년 4회 실시합니다.

윤예지(맨 오른쪽)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플라워 공예인 하바리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예지(맨 오른쪽)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플라워 공예인 하바리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바리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채원·이예슬 학생기자가 서울 서초구 구반포역 내에 있는 플라워랩을 방문했어요. 이곳을 운영하는 윤예지 작가가 반갑게 맞이했죠. “하바리움은 플라워 공예 중 하나예요. 관상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어떤 재료로, 어떤 병에 담느냐에 따라 그 매력이 달라지죠. 플라워 공예가 처음인 어린 친구들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특히 최근 ‘불멍(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처럼 ‘꽃멍’ ‘물멍’ ‘풀멍’이 인기잖아요. 하바리움 완성품으로 ‘꽃멍’ ‘물멍’ ‘풀멍’을 동시에 하며 힐링할 수 있어요.”

예슬 학생기자가 “하바리움을 만들 때 사용되는 식물이 따로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수분이 있는 생화는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오래 보관하기 어렵고, 오일과 닿으면 색이 변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수분 없는 꽃이나 식물을 사용하는 게 중요해요. 프리저브드 플라워나 드라이 플라워를 주로 사용하죠.”

하바리움은 사용된 병과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발산한다.

하바리움은 사용된 병과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발산한다.

빨리 시드는 생화와 인위적 느낌이 강한 조화의 단점을 보완한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시들지 않는 꽃’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꽃이 활짝 피었을 때 탈수·탈색·보존·착색·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생화의 아름다움을 최대 3년 정도 유지할 수 있게 가공한 겁니다. 염료를 이용해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으며 생화보다 무게가 가벼워 이동이 편리해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일본에서 많이 수입합니다. 가격은 생화보다 비싸지만, 오래 보존되고 생화보다 활용도가 다양해 하바리움뿐만 아니라 여러 플라워 공예에 쓰죠. 생화를 건조한 드라이 플라워는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변하거나 부스러지기 쉽지만 프리저브드 플라워보다 가격이 저렴해 같이 사용합니다.”

윤 작가가 수국·미니 안개꽃·냉이초·샤워그라스·아스파라거스·고아나크로·산위바인·루스커스·허니테일·스타플라워 등 식물들과 바닥이 있는 둥근형 100ml 병, 삼각기둥형(테이퍼드형) 120ml 병, 가위, 핀셋, 하바리움 전용 오일을 준비했어요. 수국은 색이 다양하고 오일이 들어가면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반투명화하기도 해 하바리움에 많이 사용돼요. 장미·카네이션·안개꽃·밀집꽃 등도 하바리움 주재료로 쓰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로 대체하려면 반드시 수분이 없는 걸로 해야 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하바리움 만들기에 사용할 프리저브드 플라워, 드라이 플라워를 고르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하바리움 만들기에 사용할 프리저브드 플라워, 드라이 플라워를 고르고 있다.

“병의 모양이 달라서 어떤 걸 고를지 고민이에요.” 채원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병은 오일이 새지 않도록 뚜껑이 있고, 내용물이 잘 보이기 위해 투명도가 높은 걸 사용하는 게 좋아요. 유리, 플라스틱, 폴리프로필렌(PP) 소재의 하바리움 전용 병이 있는데, 유리는 오일의 증기성을 막아주고, 플라스틱과 PP는 잘 깨지지 않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죠. 하바리움 재료의 사이즈·특성을 잘 파악한 후 병을 고르면 돼요. 만약 일반 병을 사용한다면 수분이 없고 투명하며, 오일이 새지 않는 뚜껑이 있는 것을 고르면 돼요.”

고민 끝에 채원 학생기자는 삼각기둥형, 예슬 학생기자는 바닥이 있는 둥근형 병을 골랐어요. 바닥이 있는 둥근형은 비스듬하게 기울여 세우면 색다른 느낌을 낼 수 있어요. 삼각기둥형은 밑으로 갈수록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꽃을 바닥에 두면 균형 잡기가 쉽죠. 이외에도 가장 일반적인 원통형과 사각기둥형, 전구형(드롭형), 위스키 보틀형 등이 있어요.

하바리움은 초보자도 만들기 쉽지만 식물의 배치, 기포 없이 오일 따르기 등 섬세함이 필요한 플라워 공예다.

하바리움은 초보자도 만들기 쉽지만 식물의 배치, 기포 없이 오일 따르기 등 섬세함이 필요한 플라워 공예다.

본격적으로 하바리움 만들기를 시작한 학생기자단이 먼저 메인인 수국을 필요한 부분만 잘랐습니다. 수국을 병에 넣으려는데 잘 들어가지 않자 윤 작가가 조언했죠. “식물을 병에 넣기 전에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야 해요. 원하는 디자인을 떠올린 뒤 식물을 병에 넣을 땐 핀셋을 잘 사용해야 해요. 손으로 식물을 자꾸 만지면 모양이 틀어지고 부서질 수 있거든요. 길고 짧은 핀셋 중 병 크기에 맞게 골라 식물을 집어 넣으세요.”

수국을 넣은 뒤 그 주변을 꾸밀 미니 안개꽃·냉이초·스타플라워 등을 취향에 따라 선택했죠. 채원 학생기자는 삼각기둥형 병 크기에 맞게 기다란 스타플라워를 신중하게 잘라냈고, 예슬 학생기자는 안개꽃을 잘라 내부가 협소한 둥근형 병에 조심히 집어넣었어요. 원하는 모양이 잘 안 나오자 두 사람은 병에 넣은 식물을 뺐다가 다시 넣길 반복했죠. “하바리움이 간단해 보이지만 원하는 식물의 위치, 모양을 잡기까지 시간이 걸려요. 병에 가득 식물을 담아도 되지만 오일을 넣으면 그 무게에 뭉개질 수 있어 적당량만 채우는 게 좋아요. 오일이 한 번 들어가면 식물 위치를 조정하기 어려우니 그 전에 디자인을 마쳐야 해요.”

하바리움을 LED 조명 받침대에 올려 불을 켜면 ‘꽃멍’ 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하바리움을 LED 조명 받침대에 올려 불을 켜면 ‘꽃멍’ 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하바리움에는 어떤 오일을 쓰는지 채원 학생기자가 궁금해했어요. “하바리움 전용 오일은 미네랄 오일과 실리콘 오일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네랄 오일은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오일보다 빛 굴절과 빛 반사율이 좋아 병 안에 든 식물이 화려해 보이죠. 우리가 쓸 오일이기도 해요.” 미네랄 오일은 공업용·화장품용·의료용 등 종류가 다양한데, 하바리움 용도에 맞게 제조된 ‘하바리움 전용’ 또는 ‘하바리움 용액’이라고 써진 제품을 고르면 됩니다. 하바리움용을 구할 수 없다면 불순물이 적고 인체에 무해한 화장품용 미네랄 오일로도 대체 가능해요. 실리콘 오일은 미네랄 오일보다 비싸지만 염색된 꽃의 염료가 빠져 착색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죠.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요.

“식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하바리움 전용 오일은 제품에 따라 점도(끈적임 정도)도 달라요. 점도가 높으면 고정력이 강하지만, 오일을 병에 넣을 때 기포가 많이 생기죠. 병을 기울여서 벽면을 따라 오일을 천천히 부으면 기포를 줄일 수 있고, 그냥 따를 때보다 꽃이 덜 가라앉게 돼요. 원하는 점도를 골라서 구매할 수 있죠. 대체로 피부 접촉 유해성·인화성 등 문제 요인은 적지만 뚜껑을 잘 닫고 직사광선에 닿지 않도록 관리에 주의해야 해요. 또 염색된 꽃이 오일에 닿아 탈색될 우려가 있어 제작 전에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하바리움 만들기 방법

하바리움 만들기 방법

학생기자단이 윤 작가의 말에 따라 식물 위치와 양을 조절했어요. 채원 학생기자는 병 아래에 집중적으로 놓았던 수국이 오일로 인해 가라앉을 것을 대비해 살짝 위로 끌어올렸죠. 예슬 학생기자는 둥근형 병에 식물을 가득 채웠는데, 오일을 부으면 식물이 크게 보여 빈틈이 없을까 봐 조금 덜어냈어요. 이후 조심스럽게 병을 기울여 오일을 따랐죠. 두세 번 나눠서 넣으면 오일 양과 식물 위치 조정이 쉽습니다. 오일을 가득 채운 뒤 뚜껑을 닫고 끈으로 이름표를 달아 완성했죠. “하바리움의 보관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예슬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하바리움은 식물의 상태, 보관 환경, 오일 성분 등에 따라 보관 기간이 달라지는데 짧게는 6개월~1년, 길게는 2~3년도 가능하죠.”

윤 작가가 완성된 하바리움을 LED 조명 받침대에 올려놨어요. 공방을 어둡게 하고 LED 조명을 켜자 수국의 색깔에 따라 빨간 빛, 노란 빛, 파란 빛 등 하바리움이 밝게 빛났죠. 학생기자단은 “이런 매력 때문에 하바리움을 하는 것 같아요”(채원) “정말 예뻐서 ‘꽃멍’하게 만들어요”(예슬)라며 미소를 지었어요. “하바리움에 LED 조명을 더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고, 볼펜 끝부분을 소형 하바리움으로 장식할 수도 있죠. 또한 귀고리 등 다양한 아이템 만들기도 가능해요. 이렇게 하바리움으로 식물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취재 전까지 하바리움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윤 작가님을 만나 하바리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죠. 생화가 아닌 프리저브드 플라워, 드라이 플라워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작가님은 식물을 병에 넣을 때, 오일을 부을 때 주의할 점을 친절하게 알려주셨죠. 만들기 쉬울 줄 알았는데 디자인하면서 집중력이 많이 필요했어요. 노력 끝에 만든 하바리움을 LED 조명이나 불빛 있는 곳에 놓으면 더 예뻐 보이더라고요. 이 하바리움을 오랫동안 잘 보관하고 싶어졌어요.

김채원(서울 원촌초 4) 학생기자

김채원(왼쪽)·이예슬 학생기자가 직접 만든 하바리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채원(왼쪽)·이예슬 학생기자가 직접 만든 하바리움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예에 관심이 많아서 하바리움 만들기가 기대됐어요. 직접 메인이 되는 꽃과 그에 어울리는 식물들을 골라가면서 하바리움이 친숙하게 다가왔죠. 작가님께서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어떤 것인지, 프리저브드 플라워와 드라이 플라워의 차이, 하바리움에 사용되는 식물도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잘 됐어요. 병의 생김새에 따라 하바리움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도 신기했어요. 세심함이 필요한 공예지만, 초보자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소중 친구들도 하바리움 세계에 푹 빠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예슬(서울 매헌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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