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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신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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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K엔터팀 팀장

전영선 K엔터팀 팀장

‘알·잘·딱·깔·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공식석상(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2차 회의)에서 쓰면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신조어 혹은 유행어다. 이 말은 2018년 게임 스트리머이자  ‘신조어 부자’, 우왁굳의 방송 중 생성됐다. 그러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 자체 콘텐트에 등장해 대중성을 확보하더니,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최 회장은 “알아서 잘·딱·깔끔하고·센스 있게 잘 준비해 주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현장 분위기는 매우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발언을 계기로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대기업 회장님이 늘어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쏟아졌다.

요즘 신조어는 만들어지는 경로도 다양하고 유행 주기도 빨라 다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십중팔구, 반짝 유행하다 사라진다. 억지로 띄우려는 신조어도 많다. 몰라도 된다고 무시하고 싶지만, 이 같은 뉴스가 나오면 ‘다 아는 데 나만 모르고 있다’는 조바심이 자극된다.

트렌드 소개 뉴스레터 트렌드어워드(Trend a Word)가 만든 20개 문항의 ‘2021년 신조어 테스트’에 15만명이나 참여한 배경에는 이런 불안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블라인드 등에서 화제가 된 신조어 테스트 덕에 이 레터의 구독자는 두 달 만에 7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뉴스레터 제작자는 “핵심 타깃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 잡았다”고 소개한다.

이쯤에서 MZ 신조어에 대한 중장년의 방침을 정해볼 필요가 있다. 3개의 길이 있다. (1)공부해서 나도 쓴다 (2)공부하되 쓰지 않는다 (3)공부도 하지 않고 쓰지도 않는다. 고민 끝에 2번을 선택했다. 10~20대로 돌아가 당시 유행어를 부모님이나 쓴다고 상상해보니, 결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 MZ들이 질색한다.

신조어나 은어는 애초에 한 집단이나 세대가 타 집단과 구분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암호 체계에 가깝다. 적극적으로 쓴다고 젊어 보이거나 소통이 원활할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내 욕을 하는 데도 못 알아듣는 것은 서글프니, 틈틈이 들여다보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