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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윤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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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기사에 ‘관계자’를 등장시킬 때가 있다. 실명 보도가 원칙이지만 익명을 전제로 해도 보도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 경우다. 단독으로 확인된 내용을 앞세우거나 기사의 ‘야마(やま·핵심)’를 살리는 발언이 필요할 때 관계자 인용 보도를 한다.

관계자발 보도에도 문법은 존재한다. 급에 따라 표현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수석) 이상을 가리킨다. 보통 정무·홍보수석일 때가 많다. 비서관 이하는 ‘대통령실 관계자’다. 고위 관계자가 아니어도 부처에서 파견된 ‘늘공(직업 공무원)’ 비서관을 관계자로 인용한 단독 보도는 주목도가 높다.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누구일까. 대변인은 비서관급이지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대부분 참석하고 현장 일정에 빠짐없이 동행한다. 대변인 브리핑이 끝나고 이어지는 백브리핑 발언이 핵심 관계자로 인용되는 이유다. 물론 수석 이상이지만 발언 내용으로 당사자가 특정될 경우를 우려해 일부러 핵심 관계자로 급을 낮출 때도 있다. 국가 안보사항과 관련된 내용을 단독 보도할 때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라고 적시하는 경우는 없다.

국회에서도 ‘고위 관계자’란 표현을 쓴다.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與黨)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비공식 발언은 ‘여권 고위 관계자’로 인용 보도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란 표현도 종종 볼 수 있다. 대통령실발이지만 대통령실로 특정될 것을 우려해 여권으로 누그러뜨릴 때 쓴다. 대선이 가까워져 당 대선 후보가 최종적으로 선출되면 ‘대선 캠프 관계자’ 또는 ‘대선 캠프 핵심 관계자’ 발언에 관심이 집중된다.

관계자 문법에서 봤을 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은 틀을 깬 조합이다. 대통령실이나 국회 같은 공조직이 아니라 대통령 한 사람의 측근임을 자임해서다. 그런데 관계자의 존재가 부각될수록 대통령은 가려지게 된다. 이제는 ‘장핵관(장제원 의원 측 핵심 관계자)’ ‘권핵관(권성동 원내대표 측 핵심 관계자)’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관계자의 관계자한테 줄을 서는 형국이다. 권력자가 가만있진 않을 것이다. ‘선당후사(先黨後私)’라고 했다. 윤핵관의 퇴장은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여권 고위 관계자’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