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아 미안해…큰돌고래·거북이 고문하고 다리 자른 '폐그물' [e즐펀한토크]

중앙일보

입력 2022.09.03 05:00

지난달 22일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붉은 바구니 안에 담긴 국제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나사’가 눈을 연신 끔벅거렸다. 나사의 체중은 5.9㎏으로, 태어난 지 몇 년 안된 것으로 보였다. 나사의 등껍질과 얼굴에 분무기로 바닷물을 뿌려주던 김슬기 고래생태체험관 사육사는 “나사는 7살로 추정된다”며 “오른쪽 앞·뒷다리를 크게 다친 채 발견됐고, 물에 들어갈 수 없어서 사육사 7명이 24시간 번갈아가면서 바닷물을 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e즐펀한토크]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치료 중인 붉은바다거북 '나사'. 지난달 5일 울산 나사해수욕장에서 폐그물에 걸린채로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사진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치료 중인 붉은바다거북 '나사'. 지난달 5일 울산 나사해수욕장에서 폐그물에 걸린채로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사진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나사는 지난달 5일 오후 5시 30분쯤 울주군 나사해수욕장에서 구조됐다. 해수욕장 인근 상점 주인이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던 나사를 발견했다.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즉시 출동했다. 나사는 그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다 오른쪽 앞다리와 뒷다리가 그물에 심하게 엉킨 상태였다.

나사는 곧바로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고래생태체험관 전담 김종일 수의사는 “안타깝게도 나사의 오른쪽 뒷다리를 절단해야 했다”며 “오른쪽 앞다리 상태도 좋지 못해 우선 붕대로 감아 지켜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김 사육사는 “만약 다리 하나를 더 절단하게 되면 나사는 바다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바다에서 먹이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치료 중인 붉은바다거북 '나사'. 지난달 5일 울산 나사해수욕장에서 폐그물에 걸린채로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울산=백경서 기자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치료 중인 붉은바다거북 '나사'. 지난달 5일 울산 나사해수욕장에서 폐그물에 걸린채로 발견돼 수술을 받았다. 울산=백경서 기자

사육사들은 나사에게 주사기로 액체 음식을 넣어주거나 수액을 맞히고 있다. 1일 1회 수의사가 방문해 치료하고 상태를 점검한다. 김 사육사는 “나사는 치료가 끝난 뒤 해양동물보호위원회에서 방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국내 동물원 등에 보내는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고래생태체험관처럼 해양동물을 전문적으로 구조·치료하는 기관은 전국에 10곳이 있다. 이들 기관은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기관의 관리와 지원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정부가 공식 지정했다.

먼저 구조가 필요한 해양동물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되면 해양경찰과 인근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 기관이 출동한다. 해양동물이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현장에서 바로 방류되지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 나사처럼 기관으로 옮긴다. 해양동물을 건강한 상태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게 이들 기관의 최종 목표다.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 방류행사가 열리고 있다. 축산이도 이날 자연으로 돌아갔다. 뉴스1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 방류행사가 열리고 있다. 축산이도 이날 자연으로 돌아갔다. 뉴스1

20살 붉은바다거북 ‘축산이’는 구조 435일 만에 건강을 회복해 자연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6월 17일 경북 영덕군 축산항에서 구조한 축산이는 구조 당시 등껍질 길이 70㎝, 무게 48㎏에 등껍질이 깨지고 그물에 걸려 외상이 컸다. 김 사육사는 “축산이를 처음 봤을 때 등껍질이 까져 붉은 속살이 보일 정도였다”며 “사육사들의 보살핌 덕분에 방류할 땐 등껍질 길이 76㎝, 무게 79㎏으로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축산이는 지난달 25일 제주도 중문 색달 해변에서 바다로 향했다. 중문 색달 해변은 과거 바다거북이 여러 차례 알을 낳은 기록이 있고, 바다거북 주서식지인 태평양으로 이동하기 쉽다. 또 먹이가 풍부해 바다거북의 야생 복귀에 적합한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축산이의 등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이동경로와 서식 상태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붉은바다거북 '축산이'가 구조 435일 만인 지난달 25일 제주 중문 색달 해변에 방류됐다. 사진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서 치료 후 회복 중인 축산이의 모습. 울산=백경서 기자

붉은바다거북 '축산이'가 구조 435일 만인 지난달 25일 제주 중문 색달 해변에 방류됐다. 사진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서 치료 후 회복 중인 축산이의 모습. 울산=백경서 기자

사육사들은 돌보던 해양동물이 바다로 복귀할 때는 안도감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김 사육사는 “해양동물을 구조하고 치료가 끝나 보낼 때는 먹이 활동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며 “2016년 울산 방어진항에서 구조했던 큰돌고래(2살 추정)도 회복 후 GPS를 달아 방류했지만, 3개월 후에 떨어져서 지금은 확인이 안 된다. 바다에 잘 적응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큰돌고래 ‘어진이’는 폐그물 등에 걸렸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는지, 기력이 없는 채로 방어진항을 떠돌고 있었다. 사육사들은 밤새 방어진항에서 어진이를 지켜보다가 결국 구조하기로 결정하고, 보트를 타고 나갔다. 당시 어진이는 사육사가 탄 보트를 따라다니는 등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한다. 당시 기관으로 옮겨진 어진이를 검사 한 결과 탈수증상 및 등지느러미에 상처가 있었다. 또 충격을 받아서인지 구조 다음날 오전까지는 먹이를 먹지 않았으나 오후부터는 살아있는 오징어를 먹기 시작했다. 어진이는 구조 20여 일 만에 회복해 바다로 방류됐다.

여수해경이 지난 2월 전남 여수 해상에서상괭이 사체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여수해경이 지난 2월 전남 여수 해상에서상괭이 사체를 수습하고 있다. [사진 여수해양경찰서]

고래생태체험관은 오는 4일까지 3층 야외전망대에서 ‘해양동물 구조·치료 사진전’을 개최한다. 경주 발전소 저수조에 고립됐던 점박이물범, 포항 수달, 태안 갯벌에 좌초된 남방큰돌고래 등의 구조 내용과 사진이 전시돼 있다.

고래생태체험관 사육사들은 “해양동물 구조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구조가 필요한 해양동물을 발견하면 즉시 치료받을 수 있도록 119 신고해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확률이 높다”며 “더불어 수많은 해양동물이 폐그물, 비닐봉지, 일회용 마스크 등으로 인해 위험에 처해있으니 환경을 정화할 수 있도록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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