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날을 세웠던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이재명 지키기’에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6일 오전 소환 조사를 통보하면서다.
비이재명계로 유일하게 지도부에 입성한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먼지떨이 망신주기 수사 만행이 야당 대표를 향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면서 “야당과의 협치나 입법부의 존중, 이런 것 따위는 내팽개쳐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야당 대표를 무리하게 흔들어대고 있는 이런 모습들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틀 전 최고위원회의에선 “지금은 당헌 개정이나 장관 탄핵 같은 문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 거대권력 횡포에 휘둘리고 있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당내 친이재명계 강경파와 선을 그었다. 그런 고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을 강하게 비판하는 걸 두고 당내에선 “사안별로 다른 것이다. 검찰의 부당한 탄압에 대해선 친이재명계·비이재명계가 따로 없다”(친문재인계 의원)는 말도 나왔다.
실제 전날 오후 본회의장에선 고 최고위원이 이 대표와 귀엣말을 주고받거나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거듭 포착됐다. 검찰이 이 대표 측에 출석 요구를 전한 직후였다. 고 최고위원은 전날 본회의 산회 이후엔 TBS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 공화국의 칼날을 그냥 무차별적으로 찔러대고 있다. 국민들께서는 ‘21세기에 마치 독재 정권 시절이 되살아난 것처럼 이 정부가 하고 있구나’ 생각하실 것”이라며 ‘이재명 엄호’ 최전선에 직접 나섰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직접 돕지 않았던 김태년 민주당 의원 역시 “윤석열 정권,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를 마구잡이 수사해봤자 그들이 얻는 건 없다.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이미 여러 증언과 실증으로 충분히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었다”며 “그런데도 일단 소환부터 해서 망신이라도 주겠다는 속내가 졸렬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 바닥에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나”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 다른 비이재명계 의원들 역시 이 대표 소환 통보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야당 대표를 소환하려면 다른 이유라도 있어야지, 선거 때 공방을 주고받은 정도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엮는 게 말이 안 된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검찰의 이 대표 소환을 계기로 당내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친문재인계 의원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만큼은 친문재인계·친이재명계 가리지 않고 함께 어깨 걸고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검찰의 어설픈 보복 수사가 거듭되면 될수록 야당 내부의 결속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