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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 "연말 경제 악화될텐데…尹정부 민생 집중 못해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첫 외부공식일정이었는데 당 내에선 "계파통합 행보"라는 말이 나왔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첫 외부공식일정이었는데 당 내에선 "계파통합 행보"라는 말이 나왔다. 뉴스1

지난 5월 퇴임 후 양산 평산마을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경제위기 문제를 풀어내지 못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등은 8·28 전당대회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말로 갈수록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서민들이 어려워질 텐데 참 걱정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민생 문제를 챙길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평산마을 사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평산마을 사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문 전 대통령은 이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민생 문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관심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이 더 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만약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말을 들은 이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잘 챙기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연말에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씀하실 때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며 “윤석열 정부 경제위기 대응능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경찰이 설치한 철제 휀스 밖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경찰이 설치한 철제 휀스 밖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 안대훈 기자

또 다른 참석자는 “평소 직접적인 의견을 잘 표시하지 않는 문 전 대통령이 이 정도 수준으로 말했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민생 문제보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을 우선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서해안 공무원 피격사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북한 관련 이슈에 대해 공세를 벌이는 것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공식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민생은 팽개치다시피 하고 정치보복만 벌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신 것”이라며 “이번에도 ‘경제가 걱정’이라며 우회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다만 다른 참석자는 “‘서민경제를 위해 협치가 우선’이라는 메시지였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부터 낮은 자세로 본연의 의무인 민생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같은 날 오후 정기국회 워크숍에서 22가지 민생입법 과제를 발표하는 등 ‘민생 우선’ 노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형편없는 실력을 갖췄다는 게 민주당 의원 다수의 생각이지만, ‘닥치고 공격’보다는 ‘민생 우선’이 지지율을 회복할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 지시로 사저 경호가 강화된 것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집안에서는 시위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한결 나아졌다”면서도 “(다만 시위대가 300m 밖으로 밀려나면서) 다른 마을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릴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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