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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냐" 조롱받던 대만...이번엔 中드론에 돌 대신 총 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대만 진먼다오에 주둔한 대만군이 섬 상공에 진입한 중국 드론에 신호탄으로 경고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 자유시보 캡처

지난 6일 대만 진먼다오에 주둔한 대만군이 섬 상공에 진입한 중국 드론에 신호탄으로 경고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 자유시보 캡처

대만군이 지난 30일 대만 상공에 출현한 중국 드론(무인기)을 향해 처음 실탄을 발사했다. 지난 25일 대만 군인들이 자국 영공에 무단 출현한 중국 드론에 돌을 던지는 등 미숙하게 대처했다는 논란 속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군에 “강력한 조처를 하라”고 지시한 직후 나온 대응이다.

실탄 사격에 中드론 1분만에 퇴각

지난 30일 대만 펑후 기지에 있는 공군부대를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 공군의 군사 장비 시연 모습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0일 대만 펑후 기지에 있는 공군부대를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 공군의 군사 장비 시연 모습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31일 중앙통신·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군은 전날 오후 5시 59분(현지시간)쯤 진먼다오(金門島·금문도) 부속 섬인 얼단다오(二膽島)의 해상 통제 구역 상공에 진입한 중국 드론 1대에 실탄 방어 사격을 가했다. 드론은 1분 뒤 중국 본토인 샤먼(廈門) 방향으로 날아갔다. 최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대만군이 중국 드론을 향해 실탄 경고 사격을 한 것은 처음이다.

대만군은 앞서 오후 4시 23분쯤 다단(大膽), 얼단, 스위(獅嶼) 등 진먼다오 주변 섬에도 민간용 드론 3대가 각각 접근하자 신호탄 사격을 했다. 진먼다오는 대만 영토지만 대만 본섬과 200㎞, 중국 샤먼과 최단 거리가 약 2㎞밖에 되지 않는 대만 방위의 최전선이다.

이날 실탄 사격은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강력히 대응하라는 차이 총통의 지시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 차이 총통은 이날 대만 펑후(彭湖) 기지에 있는 공군부대를 방문해 “중국이 무인기 침범과 같은 ‘회색지대’ 수법울 쓰고 있다”며 “국방부에 국가 영공 안보를 위해 필요한, 강력한 반제(反制·반격 제압) 조처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만군 돌팔매 대응 영상에 상황 변화

지난 16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로부터 약 4.5㎞ 떨어진 대만 얼단다오(二膽島)에 중국의 드론이 날아와 초병을 촬영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16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로부터 약 4.5㎞ 떨어진 대만 얼단다오(二膽島)에 중국의 드론이 날아와 초병을 촬영한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중국은 지난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무인기를 대거 대만 상공에 띄웠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2일부터 30일까지 총 23차례 무인기를 대만 상공에 보냈다. 대만군은 중국의 드론 침입을 대만인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심리전의 일종인 ‘인지전(cognitive warfare)’ 전략으로 보고 있다. 다만 드론이 격추될 경우 중국에 공격 빌미를 줄 수 있어 대응 수위를 조절해 왔다.

하지만 지난 25일 얼단다오에 침입한 중국 무인기가 촬영한 대만군 초소와 병사들의 사진·영상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사진과 영상에는 대만군 초병들이 초소를 향해 날아오는 무인기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고는 돌을 집어 던져 대응하는 모습이 나온다. 중국 네티즌들은 “석기시대냐”고 조롱했고, 대만에서도 ‘직무태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차이 총통이 직접 군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고, 논란이 빚어졌던 얼단다오에서 30일 실탄 경고사격이 이뤄졌다.

후시진 "드론 격추 당하면 대만 타격 명분 생겨" 

중국 정부는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31일 웨이보를 통해 “만일 대만군이 향후 중국 드론을 격추한다면 극도로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군이 대만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안 긴장에도 대만과 미국은 더욱 밀착 

대만을 방문한 더그 듀시 미 애리조자 주지사가 31일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2022 미국 비즈니스 데이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을 방문한 더그 듀시 미 애리조자 주지사가 31일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2022 미국 비즈니스 데이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안 간 긴장 속에도 대만과 미국은 경제·군사적으로 더 밀착하고 있다. 미 공화당 소속인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30일 밤 사흘 일정으로 대만을 찾았다. 듀시 주지사의 대만 방문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공장과 협력할 공급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TSMC는 2024년 생산 개시를 목표로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애리조나 상공회의소 회장과 주 경제개발청장과 함께 온 듀시 주지사는 차이 총통뿐 아니라 반도체 업계 인사와 대학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정부가 대만을 상대로 대함미사일 60기, 공대공 미사일 100기를 포함한 11억 달러(약 1조4800억원)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해 줄 것을 미 의회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거래다.

대만 중화항공도 30일 미국 보잉사의 보잉 787-9 여객기 16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자유시보는 구매에 1400억 대만달러(약 6조2000억원)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화항공은 유럽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A320과 보잉의 787-9를 놓고 고민하다 보잉사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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