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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방 교육 당국 『삼국지강의』 작가 이중톈도 금서 목록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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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주최한 `삼국지를 다시 말한다` 포럼에 참석한 이중톈 전 샤먼대 중문과 교수. 중앙포토

2008년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주최한 `삼국지를 다시 말한다` 포럼에 참석한 이중톈 전 샤먼대 중문과 교수. 중앙포토

9월 새로운 학년 시작을 앞둔 중국에서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와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교육 당국 등이 『삼국지 강의(品三國·품삼국)』로 유명한 이중톈(易中天·75) 전 샤먼대 중문과 교수 등의 저서를 금서로 지정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1일 칭다오·옌청 등 학교가 최근 상부 지시를 근거로 이중톈 교수의 중국 고전 해설서와 대만의 저명한 여류 작가 룽잉타이(龍應台·70)의 모든 저작 등을 학생들이 더는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금서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룽잉타이 대만 전 문화부 장관 #“너희의 금지가 나에게 영광” #신학기 앞두고 이념 통제 강화

이번에 금서로 지정된 저서에는 이중톈의 ‘중화 경전 고사(中華經典故事)’ 시리즈 중 『논어』, 『장자』, 『맹자』, 『주역』, 『선종』, 아동 문학가 양훙잉(楊紅櫻)의 『천진한 어머니(天眞媽媽)』, 아동 작가 베이먀오(北貓)의 『미소권상학기(米小圈上學記)』, 전 베이징 고궁박물원 부원장 천리화(陳麗華)의 『유아 취미 중국역사 그림책(幼兒趣味中國歷史繪本)』, 만화가 궈징슝(郭競熊)의 저작 전체, 대만 작가 룽잉타이의 모든 저서 등이 망라됐다. 통지문은 모든 학교 도서관에 보유하고 있는 금서 목록과 수량을 조사해 보고하고 학부모들에게는 집안에 유사한 도서가 있을 경우 봉인해 자녀들이 다시는 읽지 못하도록 조치하도록 지시했다. 31일 ‘독일의 소리(도이체 벨레·DW)’ 중문판은 “이번 조치는 중국 지방 교육 당국이 최근 학생과 학생용 도서에 대한 이데올로기 통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대만의 저명한 여류 작가 룽잉타이(龍應台·70). 사진=페이스북

대만의 저명한 여류 작가 룽잉타이(龍應台·70). 사진=페이스북

중화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대만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룽잉타이 작가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희의 금지가 나에게는 영광”이라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실 『대강대해(大江大海) 1949』등은 금서로 지정된 지 이미 10여년이 지났다. 『눈으로 하는 이별(目送)』 『사랑하는 안드레아』 등은 2019년 홍콩 시위 관련 발언을 한 뒤 (중국) 서가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룽 작가는 이어 “나는 계속해서 너희를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겠다”며 “매 한 글자, 매 한 문장, 한 편의 문장, 한 편이 이야기를 이용해 너희들 마음속 불행하게 닫힌 창을 하나하나 열어 너희들이 마음속의 바램을 깨닫고, 문명의 힘을 자각하며, 평화의 의미를 인식하고, 통제의 길에 뿌려진 핏자국을 바라볼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며, 정부가 존재하는 근본 전제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임을 알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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