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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미경 "이준석, 가처분 인용땐 대표 사퇴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준석맘'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가까운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이달 초 이 전 대표와 제주도에서 6시간 넘게 독대하며 '당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하지말라'고 설득했는데 이 전 대표가 '가처분이 인용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인용을 전제로 대표직 사퇴 의향이 있음이 본인의 말을 통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정, 제주도에서 6시간 이준석 독대 대화 공개 #"가처분 말고 대표 사퇴하라" 간곡히 설득하자 #이준석 "가처분 신청하되 인용시 사퇴하겠다" #이준석 '명예로운 퇴진' 전략 확인된 것 처음 #정 "권성동 퇴진, 비대위 포기시 이 사퇴할 것 #비대위 재추진하면 이 어깃장 계속해 당 망해" #오후5시 유튜브 '강찬호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정 전 위원은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이같이 밝히고  "따라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겸 비대위원장이 사퇴하고, 비대위도 해체한 뒤 새 원내대표를 뽑아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면 이 전 대표는 사퇴 용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그러면 비상대책위원회를 재건할 수 있고, 이것이 당을 살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오른쪽)와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오른쪽)와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일문일답.
-이 전 대표로부터 가처분 인용을 전제로 대표직 사퇴 의향을 듣게 된 계기는

"지난 8일 최고위원 사퇴 3~4일 전 이 대표랑 제주도에서 만나 한 오름(한라산 기슭에 분포하는 소형 화산체)에 갔다. 내가 일이 있어 제주도에 갔는데 이 대표가 만나러 오겠다고 연락이 와서 오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이 이 전 대표를 금방 알아볼 테니 사람이 드문 곳에 가서 6시간 동안 깊은 속내 얘기를 했다. 나는 '대표직을 사퇴하라. 그러면 국민과 당원들이 그걸 보고 이준석이 당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았다고 인식할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나중에 기회가 온다. 왜 그걸 안 믿나'고 아주 간곡하게 설득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난 안 믿는다. 내가 기회를 잡았을 때 계속 갖고 가야 한다. 지금 그 기회를 내려놓으면 나한테 뭐가 오겠나'고 하더라. 그러면서 '당이 비대위원회 전환을 추진하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는 뜻도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난 '가처분 신청하면 절대 안 된다. 대표가 당을 상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러지 말고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말렸다. 굉장히 강하게 말렸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난 가처분 신청할 거다'라고 하면서도 '가처분이 인용되면 그때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말대로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됐으니까 이 전 대표는 물론, 동시에 이번 사태를 촉발한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퇴해야 한다. 그것만이 해법이다. 그러면 비대위를 만들 수 있다. 사법부하고 싸우면 안 된다. 이준석·권성동 다 사퇴하고 새롭게 가는 게 맞다."

-그러나 당은 당헌당규를 바꿔 또다시 비대위 체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 이 대표는 법원에서 자기편 들어준 것이니 자신은 명예가 회복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도 그걸 받아줘야 하는데 또 비대위를 재추진하며 어깃장을 넣으면 이 대표도 더 어깃장 내며 갈 것이다. 이 대표는 이미 재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넣지 않았나. 그런데도 당이 비대위를 재추진하면 법원에서 또다시 무효가 될 거다. 법원은 '당이 비상상황 아니다'고 했는데 당이 사후적으로 또 비상상황을 만들어 내는 형국 아닌가. 법원은 자신들의 판결에 도전하는 꼼수라고 보고 또다시  가처분을 인용할 것이다. 그럼 당은 또 큰 망신을 당할 것이고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 없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권성동 원내대표가 용퇴하고 비대위 카드를 포기한 뒤 새 원내대표를 뽑아 이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서 이 대표가 내년 1월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이 대표는 사퇴할 것이다. 그때 비대위로 가면 된다. 이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당이 비대위를 포기하고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갔는데도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내년 1월 대표직에 복귀할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내가 이 대표와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는 거다. 공개하는 게 이 대표를 자극할 우려도 있지만, 당과 이 대표가 이렇게 강 대 강으로 싸우기만 하면 안 되기에 그걸 막고 당과 나라를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

-이 대표를 옹호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멈추라"며 자중을 권유해 "준석맘도 돌아섰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지난 8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기 앞서 이 대표에게 '나랑 같이 (대표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가라'고 권했다. '당장은 억울하겠지만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대장의 길을 가라'고 했다. '당신을 징계한 이양희 윤리위원장도 당신이 임명했으니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나'라고도 했다. 그러나 내 말을 안 듣더라. '내가 지금 사퇴하면 내게 주어지는 게 뭐냐'고 하더라.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으니, 참다못해 '그만 자중하고 멈추라' 며 대표직 사퇴를 공개 촉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해 "설사 그런 일이 있다 해도 공소시효가 지났다. 그걸 고소·고발하면 무고죄"라며 이 전 대표를 옹호해왔다. 또 권성동 원내대표 등 '윤핵관'이 비대위 전환을 밀어붙이던 지난 1일엔 "상식도 없고 공정도 다 필요 없는 것처럼 한다"고 비난했다. "이준석 대표가 가처분을 신청하면 (법원이) 받아들여 그가 당 대표로 돌아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해 25일 뒤 벌어질 사태의 향방을 정확히 예언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준석맘'이란 별명을 얻은 이유다.
(이 인터뷰는 31일 오후 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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